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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공사 헌납 옳은 방식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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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성수대교 시공자인 동아건설이 새 다리를 건설,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 사고의 도의적 책임에 부응하고 실추된 회사 이미지를 살리려는 고육지계의 결과로 보인다.그러나 이런 해결책은 다리 붕괴로 불안과 분노를 느끼는 이른바 국민정서(國民情緖)에는 맞을지 몰라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건설기술과 공사관행의 쇄신적 혁신을 기한다는 측면과 우리의 법제도에 비추어 문제가 있다.
시공자가 말썽난 다리를 재시공,국가에 헌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그 자체에 문제가 많다.우선 이런 식의 해결방법은 다리 붕괴의 원인을 미궁(迷宮)에 빠뜨릴 염려가 있다.지금까지 드러난 성수대교의 문제점은 워낙 다리가 싸게 건설돼원천적으로 부실공사의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는 것,준공뒤 사후관리 책임을 맡은 공무원들이 다리의 안전 유지와 과적차량 단속에소홀했다는 것등 두,세가지로 집약되고 있다.
새로 1천5백억원을 들여 공사한다는 다리가 79년 준공 당시에는 1백15억원 밖에 안들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공사비의 상승이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더라도 덤핑 공사가 될 수 밖에 없는 액수였다.또 유지관리를 맡은 담당 공무원 들이 다리의훼손 상황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시청은 과적차량의 통과를 용인해 금속피로를 가중시켰다.이런 원인행위에 대한 규명과 개선 없이 다리만 새로 지어 헌납받는다고 제2,제3의 성수대교가 다시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또 시공자의 새 다리 헌납결정은 상장(上場)주식회사로서의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대주주라고 회사의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단독으로 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특히 그런 결정이 순수한 자의가 아니고 어 떤 외부적 압력 내지는 압박분위기가 작용한 결과라면 더욱 큰 문제다.
민간의 자율과 자유 기업주의,시장경제를 존중하는 우리가 아직도 이런 구시대적 해결방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서는 안될 일이다.사회기반시설의 확충이 급선무인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이 이런 심리적 압박감을 갖게 되면 국내수주(受注)를 기피 하게 될 우려가 있다.그렇게 되면 실력있는 건설업체는 해외수주에 주력하게되고,국내건설은 그 보다 못한 업체가 주로 맡게 된다.결국 국내건설 부실화의 우려도 없지 않다.
기업도 다리붕괴에 따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응당 져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리에 맞게 결정돼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건설풍토를 개선하고,궁극적으로 건설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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