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통화통합97년엔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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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유럽연합(EU)의 시민들은 과연 금세기 안에 같은 돈을 사용하게 될 것인가.
통화통합은 EU 경제통합의 마지막 단계.경제활동의 수단인 돈이 통일되기 전엔 사실상 경제가 통합됐다고 보기 어렵다.유럽통합의 시간표라고 할 수 있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96년말까지 대부분 회원국들이 자격을 충족시킬 경우 97년 단 일통화를 실현하고 이때까지 조건이 달성되지 않으면 99년 자격을 갖춘 나라들끼리 단일통화를 발행,경제통화동맹(EMU)을 완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말 현재 12개 회원국중 재정적자.인플레율.정부부채.장기금리 등에 관한 EMU 참여조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나라는 룩셈부르크.아일랜드 두 나라뿐.정부부채가「만족할 만한 속도」로「충분히 감축되고 있는」나라들에 대한 예외조항을 논 외로 하면 정부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아일랜드도 자격미달이다.
이같은 예외조항은 적용하기에 따라 EMU의 출범일정을 좌우할수도 있다.단적으로 각국의 재정적자가 전반적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므로 이 조항을 과도한 재정적자에도 적용한다면 마스트리히트 조약 일정은 차질없이 준수될 수도 있다.
예외규정의 확대적용엔 그러나 위험성이 내포돼 있다.마스트리히트 조약이 규정하고 있는 EMU참여자격은 EMU로의 노정에서 각국의 경제를 수렴시키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각국의 EMU참여자격 미비(未備)로 EU 통화통합에 대한 전망은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가장 낙관적 전망은 물론 내년 1월1일 신규 회원국이 되는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오스트리아 등 4개국을 포함해 대부분 회원국들이 97년 EM U를 출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
그러나 아직까지는 99년에 가서야 독일.프랑스.벨기에.룩셈부르크.네덜란드 등 일부만 참여해 단일통화를 발행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이같은 전망은 지난 16일 독일총선에서 4기 집권에 성공,EU내 입지가 강화된 헬무트 콜 독일총리가 이들 5개 핵심국가를 중심으로 다단계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李必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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