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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아빠 놀이학교'가서 체험해 보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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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8일 오전 서울 신천동 삼성어린이박물관에서 열린 ‘아빠 놀이학교’에 참가한 아빠와 아이들이 다양한 놀이를 배우고 있다. [사진=김형수 기자]

아이를 키우는 데 아버지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고 있다. 공동육아 같은 거창한 프로젝트도 있지만 직장 일에 바쁜 아빠들이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건 쉽지 않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조차 ‘업무’로 여기기 일쑤다. “아이들은 내버려둬도 혼자 잘 논다” “엄마가 놀아주면 됐지, 뭐 아빠까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다른 고민도 있다. 막상 큰맘 먹고 놀아주려고 보면 목말 태우는 것 말고 별달리 아는 놀이도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깐깐한’ 일이다. ‘아빠 놀이학교’ 현장에서 도움말을 찾았다. 18일 서울 신천동 삼성어린이박물관에서다. ‘아빠랑 나랑’이란 이름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3년 전부터 매주 주말(토·일) 오전 11시 열리고 있다(별도의 참가신청은 필요 없다. 참가비도 무료. 어린이박물관 1층에 시간 맞춰 가면 된다). 이날에는 특히 베스트셀러 『아빠 놀이혁명』의 저자 권오진(47)씨가 강사로 나섰다.

 #아빠가 놀아줘야 하는 이유

일요일 오전, 박물관 실내 강당이 북적댔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중무장을 하고 강당에 들어선 아빠와 아이들의 볼이 빨개졌다. 그래도 아이들은 오랜만에 함께한 아빠와의 나들이가 마냥 즐거워 보였다. 일요일 아침, 늦잠을 방해 받아 얼굴을 찌푸린 아빠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왜 아이와 놀아주어야 하는지를 이해 못 하는 아빠가 많아요. 지금 아빠들이 어렸을 때, 당시 아버지들은 아이들과 거의 놀아주지 않아도 됐거든요. 권씨의 설명이다.

“예전엔 아빠랑 같이 밥 먹을 기회가 많았어요. ‘밥상머리 교육’이 가능했죠. 요즘은 하루 한 끼라도 가족이 얼굴을 맞대고 밥 먹는 집이 드물잖아요. 아이와 아빠와 친숙해지고 어울리면서 교육이 되려면 같이 놀아주는 방법밖에 없어요.”

권씨는 “일에 지친 아빠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시간을 낭비한다거나, 귀찮은 일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아이와 놀아주면 아이의 균형 있는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이렇다. 엄마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블록 쌓기 놀이를 함께하는 등 주로 인지능력에 관한 교육을 담당하지만 상대적으로 활동적인 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권씨는 “아빠가 몸을 부딪쳐 가며 아이와 놀아줄 때 공간 능력이 향상된다”고 말했다. 인지능력과 공간능력이 함께 발달해야 하기 때문에 아빠들이 따로 시간을 내야만 한다는 것. 그는 “놀아주는 방법까지 고민해야 하는 아빠들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아빠 놀이학교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럴 때, 이런 놀이를

놀이학교에선 아빠들이 스트레스로 여기지 않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놀이가 다수 소개됐다. 주로 거실에서 할 수 있는 놀이였다. 날씨가 추워졌기 때문에 야외활동보다 잠깐이라도 짬을 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간단한 놀이다.

첫 번째는 ‘신문지 뚫기’. 신문지 양끝을 양손으로 팽팽하게 당겨 쥔 다음 아이의 손 높이에 갖다 댄다. 아이는 주먹이나 손날로 신문지를 뚫는다. 아이가 발로 뻥 차 올릴 수 있는 높이에 신문지를 대 주면 발차기도 된다. ‘촤~아’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신문지 뚫기에 성공하면 ‘잘했어’ ‘멋있어’라는 말로 칭찬해 준다. 활동력뿐만 아니라 자신감도 높여준다.

두 번째는 ‘간이 뺑뺑이’. 반들반들한 거실 바닥을 이용한다. 아이는 모로 누워 몸을 안쪽으로 살짝 구부린 다음 양손을 무릎 아래 넣어 깍지 낀 자세를 취한다. 아빠는 누운 아이의 목을 손으로 감아 쥐면서 돌려주면 된다. 이때 아이의 머리가 바닥에 닿지 않도록 주의한다.

‘방귀 폭탄 피하기’도 재미있다. 아빠는 다리를 넓게 벌린 기마 자세를 취하고 몸을 앞쪽으로 굽힌 다음 한 손으로 눈을 살짝 가린다. 다른 한 손은 시계추처럼 아래로 늘어 뜨려 바닥을 스치듯 하며 좌우로 천천히 흔든다. 아이가 이 손에 걸리지 않고 아빠의 가랑이 사이로 통과하는 게임이다. 아빠는 당연, 아이의 움직임을 잘 기억해야 한다. 아이들이 게임에 푹 빠질 수 있도록, 즉 아이들이 많이 이기게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역지사지 게임’도 독특하다. “아이가 무슨 스트레스가 있겠어”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이들도 일상에서 느끼는 압박감이 있다. ‘차려’ ‘열중쉬어’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같은 구호 몇 가지가 응용된다. 먼저 아빠가 아이에게 이런 자세를 일러주고 구호에 따르도록 가르친다. 핵심은 그 다음에 있다. 아이가 아빠에게 똑같은 명령을 내리도록 한다. 어른인 아빠가 자신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보고 평소의 긴장과 압박이 해소되는 효과가 있다.

아이와 번갈아 가며 서로의 가슴과 배에 귀를 대고 심장 고동 소리와 배 속 소리를 듣는 놀이도 있다. 손목 부근의 맥박을 짚어보기도 한다. 서로의 느낌을 이야기하면서 아이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 주는 것도 간단한 놀이가 된다.

아빠가 너무 피곤한데도 아이가 자꾸 놀아 달라고 보챌 때는 꾀를 낼 수도 있다. 아이가 팔굽혀펴기 자세를 취하고 아빠는 아이의 두 다리를 잡고 거실을 몇 바퀴 돈다. 아이의 허리가 꺾이지 않도록 높이를 잘 맞춰준다. 아빠보다 아이가 더 힘든 놀이다. 아이가 지치면 그때부터 아빠의 휴식시간이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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