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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잘입는'싸이스타'로 출발, 월 5억 매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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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골고루 갖춘 여성, 약간 공주병에 빠진 듯한 친구들 있지 않으세요? 그 친구들에게 옷을 입힌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싸이월드 스타’ 강희재(33)씨는 대학생일 때는 길거리에서 패션잡지의 카메라 기자에게 가끔 몰카 찍히는 새침데기 여학생이었다. 하지만 이젠 온라인 쇼핑몰 ‘업타운 걸’의 사장님이다.

그녀를 사장으로 키운 건 8할이 인터넷이다. 평소 명품 옷에서 동대문 시장 옷까지 다양한 옷을 섞어 입기 좋아하는 강씨는 2001년 자신이 쇼핑한 옷을 사진으로 찍어 ‘미니홈피’의 블로그에 올렸다. 그랬더니 ‘그 옷 어디서 샀어요?’라는 질문이 줄을 이었다. “손님들의 반응을 보면서 취미도 살리고 돈도 벌자는 생각이 번뜩 들더군요.”

강씨는 2004년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업타운 걸’을 열었다. 상의 한 벌에 2만~6만원 하는, 저렴하면서도 앙증맞은 옷들이 주를 이룬다. 미니홈피를 통해 ‘강희재’라는 이름이 알려져 있었던 덕분인지 별다른 광고 없이 3년 반만에 회원 6만 명, 월 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인기 사이트가 됐다. 그중 3만 명은 구매까지 해 고객 충성률이 높은 편이다.

그녀의 감각을 눈여겨본 GS홈쇼핑과 온라인 럭셔리 쇼핑몰 ‘위즈위드’도 그녀에게 한 자리를 내줬다.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케이블 채널 ‘온 스타일’ 에서도 그녀의 코디와 쇼핑몰이 나오면서 브랜드 지명도가 높아졌다.

강씨가 하루 아침에 인터넷 스타로 큰 건 아니었다. 1993년 한양대 일본어과에 입학한 그는 실크 등 원단을 수입하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일찌감치 패션에 눈을 떴다. 99년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네팔에서 수입한 파시미나 숄을 직접 팔아 짭짤한 수익을 내 사업가로서의 자질을 보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패션 스쿨로 건너가 어학연수를 받았지만 끝마치지 못했다. 2002년 주얼리 디자이너계의 하버드로 알려진 ‘GIA’ 스쿨에서 홍보 디자이너로 잠깐 일했다. 플로리스트도 거쳤다.

“옛날에는 왜 나는 하나도 제대로 못할까 생각하며 좌절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이 오늘의 성공을 위해 기초를 탄탄하게 한 밑거름이 됐어요.”

강씨의 성공이 알려지자 자신의 구매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판매에 뛰어들어 트렌드를 주도하는 ‘프로슈머’ 사장들이 속속 생겨났다. ‘핑크마티니’라는 쇼핑몰을 운영하는 한연아씨, ‘해피매니아’의 전경진씨, ‘애플탐탐’의 김혜영씨 등도 ‘싸이스타’에서 쇼핑몰 사장으로 변신했다. 현재 온라인 쇼핑몰 사업체 수는 4000개가 넘는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지 않을까. 벤치마킹 대상이나 라이벌을 물었다.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이어서 해외엔 참고할 게 거의 없어요.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베이(e-bay)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는 걸요.”

당찬 모습이지만 고민도 적지 않다. “솔직히 재미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직원이 14명이나 돼요. 책임감이 느껴지죠. 자본금이 적게 들어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해서인지 의류 사이트가 넘쳐나고 있거든요. 쇼핑몰의 가격경쟁이 너무 심해졌어요. 자체 브랜드가 아니라면 연 몇천 만원의 세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죠.”

그래서 강씨는 끊임없이 공부한다. 사이트를 개설한 뒤 10번 넘게 홍콩이나 뉴욕 출장을 다녀오며 패션 트렌드를 익히고, 패션 관련 책자도 많이 구입했다. 얼마 전 중국 가구 박람회에 다녀와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인터넷 세계에서 의류업계는 포화상태예요. 삶의 발전방향은 의(衣)-식(食)-주(住) 순이라고 하는데 옷으로 시작했으니 이제는 리빙 쪽으로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를 위해 지난달 ‘희재 홀릭’이라는 법인을 만들었다. 지난 주 그는 서울 논현동 가구거리 한가운데 통창 너머로 감나무가 보이는 집으로 이사했다. 3층짜리 건물을 고풍스러운 아이보리 건물로 리모델링하고 그곳을 옷과 아트북, 보디ㆍ아로마 용품을 갖춘 토털 리빙 쇼핑몰로 꾸밀 계획이다. 2층 마루는 꽃꽂이나 아트북 강좌 교실로, 넓은 앞마당은 바비큐 파티장소로 사용할 꿈에 젖어 있다.

강씨는 아직도 시장 가서 옷 고르고, 모델 서고, 코디하고, 사진 찍고, 컴퓨터에 글을 올리는 작업까지 모두 혼자 한다. 그 때문에 새벽 4~5시에 잠자리에 들기 일쑤지만 힘들지 않다. “저를 키워주신 손님들만큼 저도 빨리 자라야죠. 20대 중반 여성층이 이제 승진도 하고 연봉도 높은 커리어 우먼이 됐어요.

저도 이분들에게 어울리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싶어요. 뉴욕의 최신 컬렉션에 가보면 리처드 채, 두리 정 등 한국계 디자이너가 인기를 얻고 있잖아요. 저는 온라인에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원진 기자 jealivr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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