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CEO와 Bar Talk] "삼성전자가 인텔 꺾고 1위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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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키가 얼마나 되세요?” 브렛 킴버 BOC Korea 대표를 처음 본 순간, 큰 키에 압도돼 키부터 물어 볼 수밖에 없었다.

▶1960년 남아공 출생, 나탈대 화학공학과 졸업, 랜드대 자원공학과 석사, 케이프타운대 지구화학과 석사, 1990년 BOC 입사, 2007년 BOC korea 대표

190cm가 넘는 장신의 그가 우리 통념대로 과연 싱거운 사람일까? 킴버 대표는 질문에 손가락을 꼽아가며 대답할 만큼 논리적이고 꼼꼼한 타입에 가까웠다. 세계 산업가스 시장에서 한국이 점하는 비중을 물어봤다. 그는 먼저 산업가스 시장부터 설명했다.

“GDP가 5% 성장하면 산업가스 소비량은 10% 정도 늘어납니다. 우리가 쓰고 있는 거의 모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산업가스가 필요합니다. 맥도널드 햄버거에 들어가는 고기패티를 얼리는 데도 산업가스가 쓰입니다. 플라스틱을 만들 때도, 의료용이나 석유 정제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죠. 자연히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가스 소비량이 많아질 수밖에요. 더 많은 것을 만들고 소비하게 되니까요.”

BOC Korea는 1988년부터 한국에서 철강, 석유화학, 가공 및 식품 분야를 중심으로 거의 모든 시장에 산업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미국과 비교하면 산업가스 소비량이 훨씬 낮죠. 그러나 한국은 산업가스 수요가 큰 반도체, 조선, 철강 등에서 세계적인 리더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용 특수가스의 수요가 많습니다.”

각종 반도체 및 액정 제조시 특수가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수가스가 만약 제때 공급되지 못한다면 지난 8월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있었던 정전사고가 일어난 것에서 볼 수 있듯 반도체 생산 업체에 큰 손해를 끼칠 수도 있는 일이다.

“삼성전자나 LG필립스, 포스코 등 저희 고객의 사업이 잘나갈수록 가스 소비도 늘게 되니 고객사가 성장하는 만큼 BOC Korea도 빠르게 성장하겠죠. 삼성전자 정전사고가 났을 때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도 이를 보도했었습니다. 삼성이 세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 됐단 뜻이죠. 그런 삼성전자가 고객이 됐으니 저희도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BOC그룹은 본래 영국회사였지만 지난해 독일 린데그룹에 인수되면서 2006년 매출액이 15조7000억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가스회사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업계 4위 정도다. 특수가스시장 부문에 늦게 진출한 탓이다.

BOC Korea는 삼성전자 등 고객사가 성장하는 것에 따라 점유율을 높여 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BOC Korea는 앞으로 삼성전자에 15년 동안 가스를 공급하게 된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인텔을 꺾고 세계 1위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삼성의 잠재력이 충분하고 열의가 대단하죠. 안전성에 대한 점검도 어떤 기업보다 꼼꼼하죠.”

그는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포스코가 베트남에 진출했을 때 저희도 함께 가서 일을 했습니다. 최적의 조건으로 가스를 공급해 드려야죠. BOC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도움이 됐습니다.”

얼마 전 린데그룹 볼프강 라이츨 CEO가 인도를 방문했을 때 아르셀로 미탈의 락시미 미탈 회장과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 회장을 만나기도 했을 정도로 린데그룹은 이머징마켓과 아시아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킴버 대표는 이에 대해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했던 내 꿈이 이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남아공의 한 광산업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진짜 고객을 상대하고 싶었어요. 삼성이나 LG필립스처럼 말이죠. 광산 일이란 대체로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만 일하게 되니까 만나는 고객도 한정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BOC에 들어가게 됐고 처음 들어갔을 때, 제 고객 중 하나는 사탕을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막대사탕을 만드는 데도 가스가 필요한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르죠.”

그는 꿈꿨던 대로 세계를 상대로 진짜 고객과 일하게 됐다. 지난 1년 그에게 한국은 어떤 곳이었을까. 그는 창밖을 가리켰다. 차량 불빛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요즘 한국인들 술 덜 마십니까?”

“교통체증은 맘에 들지 않는데, 한국은 그래도 살기 좋은 곳입니다. 처음엔 한국에 가라기에 ‘노(NO)’라고 대답했죠. 그때만 해도 한국이 위험한 곳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밤에 여자들이 다녀도 안전한 곳이더군요.”

킴버 대표는 술잔이 빈 것을 보고 한국식으로 술을 따라주었다.

워킹 온 더 클라우드는…

서울 야경 벗 삼아 ‘건배’

구름 위를 걷는다는 이름처럼 바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면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불꽃놀이 축제라도 열리면 불꽃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높이. ‘워킹 온 더 클라우드’는 63빌딩 59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연인과 분위기 있는 저녁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지만 블랙 앤 화이트의 깔끔한 분위기 덕에 비즈니스 상대와도 편안히 대화할 수 있는 장소다. 와인바는 오후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열리지만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는 차와 음료도 판매한다. 전화 02-789-5904.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술을 예전보다 많이 마시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술값이 비싸진 것이 원인인가요?”

한국인이 술을 예전보다 적게 마시는지 의심스럽거니와 음주량을 줄일 정도로 가격이 오르진 않았다고 대답했다. 단 소주나 맥주에 한해서 말이다.

“서울 물가가 싸지는 않죠. 처음에 와서 놀랐습니다. 주거비도 그렇고 외식비 등 모든 서비스가 비싸니까요. 외국에서는 저렴한 외국인 노동력을 쓰는데, 한국에서는 한 명도 볼 수 없더군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것 한 가지로 킴버 대표는 “일요일에 신문을 보는 모습”을 들었다. 남아공, 미국, 싱가포르 등 그가 거쳤던 나라에서는 일요일에 신문을 읽는 것이 보통인데 한국에 와서는 좀처럼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CNBC와 스포츠 채널을 즐겨본다”며 “럭비 경기를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남아공이 럭비를 잘하기 때문이란다.

“한국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인들이 친절하고 일을 열심히 하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한국에서도 이전처럼 팀워크를 이뤄 일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직원들의 노고가 큽니다.”

BOC Korea 홈페이지에 모든 직원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 있던 것이 기억났다. 프라이버시 침해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고객이 언제 찾을지 모르는 일 아니냐”고 대답했다.

그의 휴대전화 번호가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그의 가족은 미국 집을 떠나 모두 서울에 와 있다. 킴버 대표 역시 고객의 부름에 상시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임성은 기자 lseco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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