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국무가 일궈낸 7년 만의 中東 평화회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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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호 10면

21세기의 막을 끊은 것은 중동 문제였다. 2001년 9·11 테러의 진앙은 중동이었다. 미국의 친 이스라엘 중동 정책에 불만을 품은 중동 출신 과격분자가 테러의 주범이었다. 그해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전, 이듬해 이라크전을 일으켰다. 미국은 이라크를 점령했지만 수렁에 빠졌다. 개전 초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병력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정밀 폭격과 기동성을 중시한 럼즈펠드 독트린의 후과만이 아니다. 미국의 친 이스라엘 중동 정책은 이라크에 대한 주변국의 건설적 개입을 막은 요인이었다. 중동의 반미주의는 절정에 이르렀다. 그새 이란은 중동의 패권을 넘보게 됐다. 미국의 이라크 안정화 정책을 흔들었고, 반 이스라엘 과격단체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오일머니를 쏟아 부었다. 고농축 우라늄(HEU) 생산도 멈추지 않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중동 정책을 바꾸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축으로 한 중동 평화 프로세스에 재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사안이다. 중동 평화 협상 없이 이라크 안정도, 이란의 패권 저지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현실주의 노선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여덟 차례나 중동을 들락거렸다. 협상의 길닦기였다.

그 노력이 문제 해결의 한 계기를 마련했다. 27일 미국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에서 미국 주도의 매머드 중동 평화회의가 열린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외에 아랍연맹·선진8개국(G8) 등 30여개국 대표가 참석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토니 블레어 중동 평화 특사(전 영국 총리)와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 대표도 초청받았다. 대규모 회의는 중동 평화에 대한 미국의‘열의’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스라엘을 승인하지 않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골란 고원을 이스라엘에 뺏긴 시리아의 초청 수락은 상징적이다. 초청 대상에서 뺀 이란을 고립화하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G8·IMF 참가는 팔레스타인 경제지원과 맞물려 있다. 주도면밀하다.

의제는 예전과 다르지 않다. 팔레스타인 주권국가 수립과 이스라엘 국경선 획정, 예루살렘 분할 관리, 팔레스타인 거주지역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 철거 등이다. 하지만 회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올메르트나 압바스 모두 국내 기반이 취약하다. 섣불리 양보했다간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 더구나 팔레스타인의 반쪽을 지배하고 있는 하마스는 회의에서 제외됐다. 지뢰밭이 한둘이 아니다. 회의가 포토 세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뒤집어 말하면 이번 회의는 두 당사자 간 평화협상의 모멘텀만 만들어도 성공이라는 얘기를 들을 것 같다.

▶지난 주

19일 북·미 금융실무회의 (유엔 주재 미 대표부)
21일 유엔총회 대북인권결의안 채택. 정부 기권
 
▶이번 주

26일 UNDP 기후변화와 인류개발 보고서 발표
27~29일 제2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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