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드라이브>충남온양서 유구가는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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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여태 몰랐구나….』충남온양시에서 공주군유구면으로 향하는 고즈넉한 시골길을 처음 달려본 사람은 이렇게 말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은근하면서 푸근한 가슴을 말없이 열어 보이는 산과 들이 굽이굽이 이어지는 곳.대도 시 천안에서 불과 30여분 거리에서 시작되는 이 길은 때묻지 않은 자연과 따스한 시골인심이 조화를 이뤄 왠지 『많은 사람들의 추억속에 자리한 고향의 모습은 이런 걸거야』하고 자신있게 단정을 내리게 하는 곳이다.
서울시청앞에서 천안까지는 93㎞.경부고속도로 천안톨게이트로 빠지자마자 왼쪽으로 꺾어들어가 3㎞지점에 있는 온양 표지판을 보고 다시 좌회전,조금 달리다 21번 도로를 타면 벌써 대도시와는 사뭇 다른 신선한 공기가 심신을 맑게 한다.
나지막한 산허리 아래 한가롭고 사이좋게 어깨를 맞댄 농가들을지나 선문대.호서대 등을 거쳐 5분여를 가면 공주군으로 향하는39번 도로를 만난다.
좌회전해 39번 도로를 타면 전통가구 보존지역인 외암리 민속마을로 이어지는데 잘 닦여진 왕복 2차선 도로가 마치 긴 허리띠를 연상시킨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처럼 이어지는 이 길은 공주 마곡사로가는 길이기도 하다.곳곳의 단풍 행렬.이미 오래전부터 길 양옆에 잔뜩 늘어서 가을의 노래를 불러온 가냘픈 코스모스들.서서히사위어가는 코스모스사이로 소박한 아름다움을 보 태는 보랏빛 들국화와 노란 금잔화가 바람결에 쌉쌀한 향내를 전하기도 한다.
대술면으로 길이 나눠지는 곳에서는 왼편으로 굽은 길을 따라가야 유구면에 이른다.이 갈림길에서 2㎞를 더 가면 한폭의 수채화처럼 구도가 완벽한 송악저수지의 정경이 오른쪽 길아래로 펼쳐진다. 그 바로 앞 송남휴게소 식당에 앉아 매운탕을 먹으며 열려진 창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휴게소 한켠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저수지 주변을 산책할 수 있어 좋다.
유흥업소가 거의 없어 특히 좋은 이 길에 취해 계속 달리다 보면 백제의 옛수도 공주에 다다른다.
백제 의자왕때 창건된 사곡면의 마곡사까지는 유구터미널에서 차로 20분거리.마곡사에 이르는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도 볼만하다. 마곡사에서 공주시 근처에 있는 무령왕릉까지는 승용차로 25분 거리다.이곳에는 백제시대의 왕과 왕족의 고분 7기가 몰려있어 1천여년 전의 세월을 느끼게 한다.
[溫陽=高惠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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