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남북경협-일본의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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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북한 핵문제에대한 北-美협상이 타결된 18일 일본정부는 『日朝회담재개의 기본적인 조건이 마련됐다』며 북한측 의향타진에 들어갔다.이는 일본이 북한의 향후 동향에 대해 자신이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일성(金日成)사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서도 일본정부는 김정일(金正日)의 대권승계가 틀림없으며 다만 시간이 문제라고 침착하게 대처해왔다.일본정부가 그러한 자세를 견지할수 있었던 배경엔 확실한 정보분석에 의한 정확한 정세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특히 지금부터 전개될 북한과 일본간 경제협력에 대한 사전준비도 철저히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북한관련 정보를 얻는 가장 중요한 채널중 하나는 산업계, 특히 종합상사다.
대부분의 종합상사는 남북한및 서방언론,러시아와 중국사무소, 북한과 관계를 맺고 있는 제3세계의 주재사무소등에서 입수되는 일일정보가 즉각 본사의 북한 담당자에 의해 분석돼 정책결정을 위한 대기정보로 분류된다.
김일성사망전 북한 핵문제로 모든 대북(對北)협상이 교착상태에빠져 세계적으로 비관론이 팽배했을때도,예컨대 미쓰비시상사등에서는 연말께 극적인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진단했으며 종합상사단체가 벌써부터 정부에 정부개발원조(ODA)를 포함한 1백억달러이상의 경협자금을 마련해 줄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힌적이 있다.
지금 보면 대단히 의미있는 얘기다.
이러한 내용들은 사실 어느 회사를 가더라도 토씨하나 다르지않게 나온다.일본의 대기업들은 대개 6개집단으로 나뉘는데 각 기업집단에서 운용되고 있는 회합이 말하자면 정보유통센터라 할수 있다.임원급모임으로는 미쓰이그룹의 월요회(72사. 상무이상),스미토모의 오일회(五日會.20사.기획담당),부용그룹의 부이회(芙二會.29사.부사장급)등이 있는데 경제정세판단에 관한 정보교환을 목적으로 한다.이보다 상위모임인 사장회의로는 미쓰이그룹의이목회(二木會.24사),미쓰비시그룹의 금요회(29사),부용그룹의 부용회(29사),삼화그룹의 삼수회(三水會.44사),다이이치강교그룹의 삼금회(三金會.47사)등이 있어 업계전체의 정보교환과 의견수렴을 도모한다.기업대표들은 대다수가 정부의 간담회.심의회등에 소속돼 있다.
한편 학계에서는 자신들의 정보인맥,즉 유학선으로부터의 정보.
해외대사관.세계의 연구보고서들을 종합해 객관적인 정보분석을 행한다.이 가운데는 공식.비공식의 정부프로젝트도 상당히 들어있다.김일성사망이 전해진날 게이오대학.시즈오카대학등의 한반도관계전문인 몇몇 교수에게 외무성으로부터 정보자료와 함께 분석의뢰가 즉각 들어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다방면에서 모여진 정보들이 직접 정부의 관심부서에 전달되는 통로도 있지만 일본의 독특한 사적(私的)조직인 공부회.연구회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지는 경우도 많다.정부의 싱크탱크로서 통산성의 아시아경제연구소.일본무역진흥회.과기청의 과기정책연구소.원자력연구소등이 북한문제와 관련,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정보전달.분석의 링커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예를들어 경수로지원 얘기가 나오자 과기청은 통산성과 손을 잡고 「일본형 차세대 개량경수로를 개발,각국에 지원할수 있게 됐다」고 즉각 발표한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아시아경제연구소는 한국포럼이라는 연구회를 운영하며 니가타대학과 오사카 경제대학등 북한연구가 강한 대학과 연구교류를 하고 있다.
대장성은 은행협회.금융연구소를 통해 북한경제를 분석하고 있다.빠찡꼬송금에 대한 제재구상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이들은 단편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일본의 한반도전문가 또는 공부하는 사람은 1천5백명으로 추정되고 있다.이에비해 한국의 일본연구가는 고작 50명이라고 한다.게다가 관청과 기업.대학의 상호파견,관청간 인사교류등 이른바슈코(出向)시스템은 정보교류에 있어 막대한 시너 지효과를 낸다. 아무튼 정부부서에서 들어온 정보는 각부서의 사정에 맞게 분류.분석돼 나라정책을 위한 전달통로로 사무차관회의로 올라간다.
이 회의는 관방장관주재로 매주 월.목요일 점심때 총리실에서 열린다.최종적으로 종합정리된 것이 관방장관에게 보고되 고 총리주재 각료회의를 거쳐 국가정책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東京=郭在源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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