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 땅투기 혐의 7만명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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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건설교통부는 12일 지난해 4~12월 동안 수도권과 충청권 일대에서 토지 투기가 의심되는 7만4백87명을 적발해 국세청에 명단을 통보했다. 조사가 이뤄진 9개월간 토지 거래를 한 16만명 중에서 약 절반이 투기혐의자로 분류된 셈이다.

적발된 사람 중에는 두살배기 젖먹이를 땅투기에 동원한 사례와 80여회 거래한 사례도 있었다. 또 지난해 초 국세청에 명단이 통보된 투기혐의자 3만4천명 중 5천5백여명(16%)이 이번에 다시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투기 백태=지난해 4~12월 중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는 모두 16만5천여명이 18만3천여건의 땅을 산 것으로 조사됐다. 국세청에 명단이 통보된 7만여명 중 8천4백52명은 신도시 예정지인 판교.김포.파주.화성과 신행정수도 이전이 예상되는 청원.아산.천안.공주 등 13개 개발지역에서 7백78만여평을 2회 이상 사고 팔았다. 이번에 적발된 투기혐의자 중에는 미성년자의 토지 투기가 눈에 띈다.

건교부 조사에 따르면 3백18명이 모두 3백49회에 걸쳐 31만평의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 강화군의 농지 1천8백91평은 인천에 사는 두살배기 영아가 사들인 것으로 돼 있다. 공주시에 사는 K씨(46)는 이 일대 임야 1만7천여평을 81회나 거래했다.

합법적인 증여를 위장한 토지투기 사례도 대거 적발됐다. 2만7천6백74명이 4천91만평을 제3자에게 증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기 단속의 한계=국세청은 명단을 통보받은 토지투기 혐의자에 대해 세금탈루 여부와 자금 출처를 조사하기로 했다. 증여에 따른 토지 취득자에 대해서는 시.군.구에 명단을 통보하고 토지거래허가제 위반 여부를 조사해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토지거래허가제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거나 토지가격의 30%까지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건교부가 잇따라 투기혐의자를 국세청에 통보하지만 처벌보다 투기에 따른 시세차익이 커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2002년 7월부터 2003년 3월까지의 조사에서 이미 토지 투기 혐의자로 분류돼 지난해 4월 국세청에 명단이 통보된 3만4천7백44명 중 5천5백40명이 지난해 5월 이후 또다시 투기성 거래를 하다 적발됐다. 단속이 무섭지 않다는 얘기다.

이들은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한 차례 이상 거래를 통해 모두 1천1백50만평을 매입했으며 한사람이 20만~30만평을 산 사례도 있었다.

류윤호 건교부 토지국장은 "오는 7월부터 투기혐의자의 금융거래를 일괄적으로 조회해 자금출처를 추적하면 투기단속의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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