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국내전시 갖는 佛조각가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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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완성된 「작품」이라는 결과를 위해 재료를 사용하는 전통적인조각개념에서 벗어나 「재료」 그 자체가 바로 주제이자 작품이 되는 것.그것이 제 조각품의 특징입니다.』 지난 여름 에펠탑 주변의 넓은 잔디밭에 거대한 철제 빔을 구부려 만든 대형조각 『미정(未定)의 선(Indeterminate Line)』을 선보여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던 프랑스의 세계적인 조각가 베르나르 브네(53)씨가 자신의 전 시회 일정에 맞춰 최근 한국을 찾았다. 브네氏는 재료가 가진 속성을 바꾸지 않고 단순히 비틀거나 구부리는 등 물리적인 힘만을 가해 재료의 성격을 작품에 그대로 나타내는 작업을 일관되게 추구해왔다.마루바닥에 수t에 달하는 석탄을 아무렇게나 부어놓은 작품 『석탄더미』(196 3년)를 보면 이러한 그의 작업특성을 잘 알 수 있다.
브네氏는『도로공사를 위해 쌓아놓은 자갈더미를 보고 부피를 가진 것은 무엇이나 조각이 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며 정해진 형태없이 항상 변하는「탈전통적」 조각의 탄생과정을설명했다.
76년부터 선(線)을 모든 형태로 변형시키는 작업을 해온 브네氏는 81년부터 지금까지 철제 빔 두세개를 나선형으로 말아놓은 『미정의 선』연작을 계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중량감있는 작품을 선보여온 그는 또 한번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대작을 진행 중이다.파리-리옹간 고속도로상에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린 『185.4°의 호(Arcdu 185.4°)』가 바로 그것.높이 54m,직 경 75m로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조각이 될 이 작품에는 강철 1백80t,콘크리트 7t이 소요된다.
2m의 정사각형 위에 세워지는 이 작품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버해협 해저터널공사에 참여했던 엔지니어들이 대거 동원됐는데 그것이 현지언론에 크게 소개되는등 완성 전부터 큰 화제를 뿌리고 있다.「베르나르 브네 전시회」는 갤러 리 현대((734)8215)와 토탈미술관((379)3994) 두 군데서동시에 개막,각각 다음달 1~13일까지 열린다.
〈安惠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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