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일본 '친한 이웃'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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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977년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는 필리핀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 포기와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약속한 '후쿠다 독트린'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듬해 중.일 평화우호조약이 체결됐다.

정확히 30년 뒤, 그의 아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가 총리가 돼 중국 정상과 국제무대에서 만났다. 2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담'에서다. 후쿠다 총리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대화에서는 시종 '협력' '발전'과 같은 미래지향적 표현들이 나왔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빚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는 게 양국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후쿠다 총리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기회 있을 때마다 "아시아 외교를 중시하겠다"고 말해 왔다.

회담에선 먼저 원 총리가 우호적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는 "중국 인민들은 당신과 당신 아버지를 잘 알고 있다"며 후쿠다 전 총리의 업적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양국 관계는 현재 발전으로 나아가는 역사적 단계에 와 있다"며 "중.일 두 나라가 지금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후쿠다 총리도 "이르면 올해 안이나 내년 초에 중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내년 봄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이 일본을 방문한다.

후쿠다 총리는 회담에서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의 조기 귀국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고, 원 총리는 "필요하면 협력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원 총리와 합의한 중.일 간 전략적 우호관계를 더 강화하자는 데 합의했다. 안보 면에서는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군사함정의 상호방문 등 군사교류를 활발히 추진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회담 후 TV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등 친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양국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동중국해의 가스전 공동 개발 문제에 대해선 "공동 개발의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원칙론에 그쳐 구체적 진전을 보지 못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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