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살리려면 정부 손 떼고 학생 선발권 대학에 넘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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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살리려면 정부가 손을 떼라.' '대학에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주라.' '특성화 학교나 자립형 사학을 많이 만들어 학교 간 차별화를 유도하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1일 정부 교육정책과 배치되는 보고서를 냈다. KDI는 '선진한국을 위한 정책방향과 과제'라는 보고서의 '인적자원 고도화' 분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KDI는 먼저 "획일적이고 관료적인 현 교육정책이 다양한 교육기회를 박탈하고 사교육비를 증가시켰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당 해외유학생 비율은 세계 1위다. 그러나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의 교육경쟁력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교육시스템 경쟁력은 40위권이고 대학교육은 50위권으로 처진다. KDI 연구에 공동 참가한 한양대 이영 교수는 "사교육비가 늘고 해외 유학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공교육이 수준 높은 교육을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성화 학교나 자립형 사학을 많이 만들어 교육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대학교육 정상화를 위해 대학에 학생 선발 자율권부터 돌려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능등급제처럼 정부가 단일한 입시기준을 제시하면 초.중등교육마저 이 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어 다양한 교육 모델이 발 붙일 수 없다는 것이다. KDI는 대학이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가지면 고등학교 간에 차별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KDI는 "고교 간에 현실적인 격차가 존재한다면 '암묵적인 고교등급제'를 통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은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총괄한 이화여대 박정수 교수는 "세계 각국이 인재 육성을 국가 경쟁력 제고의 해법으로 간주하고 교육 개혁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한국만 획일적 평등에 매달려 이 같은 세계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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