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국에 도요타 수출하지만 모델은 현지 입맛 맞춰 다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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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조 후지오(張富士夫·70·사진) 도요타 회장. 세계 27개국에 52개 생산기지가 있고 약 30만 명의 종업원이 일하는 ‘세계 1위 자동차기업’을 이끌고 있는 총사령탑이다. 그는 20일 자동차산업을 담당하는 한국 기자들을 일본 나고야 본사로 초청했다. “내 성이 ‘조’다. 한국말로 하면 장(張)씨인데 일본에는 많지 않은 성으로, 제 생각에는 조상이 중국이나 한국에서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가 한국 기자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며 꺼낸 첫 인사말이다. 조 회장은 “국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심이 강해 중저가 외국 브랜드가 들어가기에 두려운 곳이 한국 시장”이라며 현대차를 ‘강적’이라고 표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대차를 라이벌로 생각하는가.

“그렇다. 10년 전 현대차는 캐나다에 진출해 잠깐 새 많은 차를 팔아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때는 품질에 문제가 있었다. 10년 뒤 미국에 진출한 현대차는 값도 싸고 품질도 좋아졌다. 현대차는 우리가 세계에 진출했던 방식(싸고 작은 차로 수출 시작)을 활용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런데 속도가 훨씬 빠르다.”

-현대차가 강한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키우는 문화가 있다. 종업원과 협력업체를 존중하고 그들을 키웠다. 지금의 도요타는 그 결실을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1950년대 노사분쟁으로 2000여 명의 근로자가 해고되고, 사장도 물러난 적이 있다. 이후 노사협력만이 살길임을 배웠다. ”

-도요타가 세계시장에서 성공한 비결은.

“우린 170여 개국에 수출하는데, 시장마다 고객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만든다. 예를 들어 코롤라는 유럽·태국 등지에 수출하지만 사양이 모두 다르다. 이 때문에 코롤라는 13개 모델이나 출시된다. 현지화가 글로벌 전략의 핵심이다.”

-여러 나라에서 차를 생산하는데, 품질을 어떻게 관리하나.

“경영과 마케팅 방식은 현지화하지만 도요타 고유의 가치는 공유한다. 그게 ‘도요타 웨이’다. 구식인 것 같지만 가치관으로 무장하면 위기가 생겼을 때 강해지는 법이다.”

-자동차의 미래 승부처는 어디인가.

“친환경차의 개발이 관건이 될 것이다. 우리는 연간 개발비용 900억 엔 중 절반 이상을 친환경차 개발에 쏟아 붓는다. ”

나고야=양선희 기자

◆조 후지오 회장=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60년 도요타에 입사했다. 도요타 생산방식(TPS)을 완성한 오노 다이치에게서 배웠다. 미국 생산법인을 설립했고 99년 사장에 올랐다. 2001년 ‘도요타 웨이’를 창안했다. 2006년 회장에 올랐다.

◆도요타 웨이=해외생산법인들이 도요타의 가치관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매뉴얼. ‘지혜와 개선’ ‘인간 존중’을 두 축으로 한다. 이를 전파하기 위해 도요타 인스티튜트(2002년)와 글로벌생산추진센터(2003년)를 설립해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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