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석연찮은 日의원의 백범묘소 참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16일 오후 서울시용산구효창동 효창원에 있는 백범(白凡)김구(金九)선생 묘소를 시가 세쓰(志賀節.57) 일본 자민당 중의원이 찾았다.
해방후 반세기동안 백범묘소를 참배한 일본의원은 그가 처음이다.8선의원에 환경처장관을 역임했고 현재「조선문제 소위원회」위원장으로 상당한 무게를 가진 정치인이란 점에서 그의 묘소참배는 눈길을 끌었다.
한국인 친구를 통해서 알게된 김구선생의『백범일지』를 읽고 깊이 감명받아 참배를 약속했고 부친상을 당했지만 약속을 지키려고방한했다는 설명이었다.그는 1박2일 일정으로 15일 서울에 와국립묘지 임정(臨政)애국지사 묘소에 참배하고 안중근(安重根)기념관도 방문했다.
그러나『무엇때문에 백범묘소를 참배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백범일지」는 구수한 옛날을 상기시키는 책이며 역사와 현재를파악하는 포착법을 가르쳐 준다』는등 모호하고 추상적인 답변으로일관했다.
『이 참배는 순수히 개인적 차원이지만 일본에 돌아가면 수상에게 꼭 보고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고『위대한 김구선생이 밝은아시아건설을 위해 지하에서라도 기원해 주길 바란다』는 희망도 피력했지만 그의 참배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느 낌을 주었다.
독립투쟁의 피맺힌 기록인『백범일지』에 대해「구수한 옛날」운운하는 대목등은 특히 그랬다.
그동안도 한국인은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때문에 울화통이 터졌던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한국등 다른 나라들이 항의하면『진의가 왜곡됐다』『다른 나라 국민들에게 오해를 사게돼 미안하다』며 슬쩍 발을 빼고 각료직에서 물러나기도 하지만 다음 선거때는 반드시 몰표를 얻고 재선돼온게 일본의 정치풍토다.시가 의원의 묘소 참배는 그런 망언과는다른,한걸음 나아간「과거반성」으로 볼수도 있다.그러나 현장에서보여준 그의 언행은 일본정치인들의 역사.현실인식이 한국인의 정서나 기대와는 아직도 너무 먼 거리가 있음을 확인해 보이는듯 했다. 〈趙泓植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