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 3'회의 … 한·중·일 정상회담 재개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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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0일 싱가포르 시내 숙소인 하얏트호텔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左).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한뒤 정상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싱가포르=김경빈 기자]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정상이 참가하는 3국 정상회담이 정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의를 열고 현재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틀 안에서 이뤄지던 3국 정상회의를 별도 개최하자는 원칙에 합의했다. 또 이를 위한 3국 외교장관 회담을 내년 상반기 중 일본에서 열기로 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한반도 정전협정의 당사국으로서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후쿠다 일본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에게 북.일 관계 개선과 관련해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동시에 북한과의 과거사 문제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청와대 백종천 안보실장이 말했다.

정부는 후쿠다 총리가 북.일 관계 개선에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보고 환영했다.

◆한.일 관계 청신호=노 대통령은 후쿠다 총리와 이날 하루 동안 네 차례나 만났다. 한.일 정상회담, 한.중.일 3개국 정상회담에 이어 '아세안+3 정상회의',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주최 만찬 등이다.

노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때와 달리 후쿠다 총리에게 각별한 친밀감을 보였다. 한.일 정상회담은 후쿠다 총리가 취임한 뒤 이번이 처음이다.

▶노 대통령=총리 각하와 하루 동안에도 여러 번 만나 구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아세안+3 정상회의에) 처음 오셨기 때문에 저보단 훨씬 바쁠 것 같다.

▶후쿠다 총리=(바빠서) 저 스스로도 어떤 것을 하는지 모르는 상태다(웃음).

▶노 대통령=제가 보기엔 하나도 차질 없이 잘하시는 것 같다.

▶후쿠다 총리=그렇게 봐 줘서 영광이다. 대통령께선 굉장히 건강해 보인다. 이번 선거에 출마하셔도 될 것 같다(웃음).

▶노 대통령=(웃으며) 우리는 헌법에 한 번만 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해 보니 5년이 좀 긴 것 같다.

▶후쿠다 총리=5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지 않던가요?

▶노 대통령=5년이 보기에 따라 다르다. 한국의 정치 구도는 여소야대이기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회담은 예정된 30분을 넘겨 50분간 열렸다. 성과도 많았다. 후쿠다 총리는 북.일 관계와 관련해 일본인 납치 문제와 과거사 청산을 동시에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과거사 청산은 북한이 요구해 온 사안이다. 아베 전 총리가 납치 문제만을 강조해 대북 압박에 주안점을 둔 것과 다른 흐름이다.

후쿠다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숨진 한국인 유골 101구를 내년 1월까지 반환하는 결정도 내렸다. 노 대통령이 2005년 요청했던 사안이다. 한.중.일 정상회의 별도 개최도 아베 총리 시절 반대한 것이지만 이날 해결됐다.

백 실장은 "과거 회담에 비해 긍정적이고 발전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박승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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