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친절 소리를 왜 듣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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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의 불친절이 세계 대도시중 4위라는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무역의존도가 50%에 이르고 국제화를 소리높여 외치는 나라가외국인에게 불친절하고 방문하기를 꺼리는 곳이 되고 있다면 보통문제일 수 없다.
홍콩의 비즈니스 트래블러誌가 세계 42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은 모스크바와 중국(中國)의 광저우(廣州)및 파리에 이어 네번째로 불친절한 도시이자 길찾기가 어렵고 택시잡기도 매우 힘든 도시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보도에 충격과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그럴법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우선 지금 서울의 현실이 거대한 괴물처럼 돼버려 서울에서 사는 시민들조차 길을 제대로 찾기가 어렵고,버스.택시이용도 힘든 상황이다.무 분별한 도시계획,엉망인 교통및 도로표지,넘쳐흐르는 인파속에서 자기 앞가림도어려운 형편에 누구를 친절하게 안내하고 따뜻하게 관심을 표할 여유가 나올리 없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을 체념하고 대책없이 보고 있어야만 하는가.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말 그대로 국제화가 코앞의 절박한 과제인 터에 이런 따가운 외국의 지적을 들으면 시민은 시민대로,기업과 관(官)은 그들대로 문제가 뭣이고 개선책은 무엇인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리가 보기에 한국인이 원래 불친절한 국민은 아니다.오히려 심성(心性)이 착하고 공동체적 미덕속에 오랜 세월 삶을 가꾸어온 민족이다.이런 우리가 외국인에게 불친절하다는 서운한 소리를듣는 것은 앞서 말한 각박한 도시현실과 함께 외 국어와 국제매너에 대한 시민적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주로 원인이 있을 것이다.따라서 호텔.공항.접객업소.터미널등 외국인을 많이 상대하는 곳의 인력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좀더 조직적.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급하다.그리고 올림픽에 서의 성공적 경험도 있듯이 자원봉사활동의 적극화도 요망된다.
우리의 본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불친절하다는 말을 듣는 현실을제도적으로,민간운동으로,시민각성으로 반드시 고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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