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경쟁의 질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지존파의 살인사건이나 인천북구청의 세무비리 등이 우리 사회를어둡게 하고 있다.문제는 이런 한두 가지 사건이 발생한 것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유사한 사건이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지 모른다는 국민들의 불안감에 있다.엽기적 살인 사건이나 세무부정사건 같은 것은 선진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많은 이들이 우리 사회의 이런 불안요인은 가치관의 혼란이라고도 하고 학교교육이나 가정교육의 문제라고도 한다.포괄적으로는 옳은 판단이다.그러나 문제를 좀더 좁혀 파악해 보면 점차 치열해 지는 경쟁사회의 부산물이라고 생각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세계전체가 경쟁하는 시대이고 나라안에서도 개인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는 시대다.경쟁 없는 역사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할 때 경쟁은 인간들의 숙명인 것이다.그러나 경쟁을 통해 효율을 높이고 발전속도를 빠르게 하더라도 사회전체의 분위기가 안정되고 밝고 명랑하지 않으면 발전의 의미도 퇴색하게 되고 발전자체도 곧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보다 더 발전한 나라는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보다 더 경쟁이 치열한 사회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 선진국은 어떻게 밝고 안정된 경쟁사회를 유지해나가고 있는가,우리는 왜 이 정도의 발전단계에서 어둡고 불안한사회분위기를 느껴야 하는가를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첫째 이유는 경쟁의 질서가 선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또 다른 이유는경쟁의 목표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와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은 경쟁의 질서를 바로 세워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며 교육.문화.종교를 이끌어 가는 이들은 경쟁의 목표를 다양하게 하는데 노력해야 한다.청소년들에게 일류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이 경쟁의 전부라 고 모두가 몰아친다면 전체의 60%나 되는 비(非)진학 소년들은 경쟁의 낙오자처럼 어두운 방황을 계속할 것이다.
〈경제기획원 차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