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TV 국내 상품화단계서 엉거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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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차세대 뉴미디어의 총아인 HD(고화질)TV는 상공자원부의 호언대로 96년 상품화가 가능할 것인가.
그러나 관련연구소나 제조업계 관계자들은 목표달성이 순탄치만은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계자들은 HDTV추진계획이 막판에 「도약」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며 정부당국이 연구개발의 속성을 이해해줄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구(Research)가 기술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면 개발(Development)은 시장에 내다팔 경쟁력있는 제품을 만드는 작업.생산기술연구원이 업계와 함께 만든 것은 연구의 산물,즉 일종의 시작품(試作品)이지 결코 시장을 겨냥 한 상품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눈에 보이는 연구는 강조하지만 경제성향상을 위한 상업화 과정은 다소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상공자원부도 HDTV 상품화단계를 위한 별도의 비용과 시간은 철저히 사업자몫이라고 판단,작년 6월이후 이 과제에서 거의 손을 뗀 상태다.
그 때문에 HDTV개발이 지금처럼 엉거주춤하게되어 막판 스퍼트를 내기에 힘이 부친다는 것이 관련자들의 이야기다.
상공자원부는 HDTV시작품이 나온 마당에 더이상 정부지원은 할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업계는 새로이 재도약하는 단계에서 정부의 조정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상반된 의견이다.연구에 참여했던한 관계자는 『HDTV 개발목표가 관련기술의 대 외종속성을 탈피하는데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HDTV 표준이 정해질 지금이야말로 도약 단계로 넘어갈 절호의 기회』임을 강조했다.
상공자원부는 최근 업계의 주장에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업계와 연구진들은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정책변화를 희망하고 있다.
업계는 연구단계의 시작품이 개발단계를 거쳐 상품화되려면 핵심부품의 집적(集積)이 필연적이라고 강조한다.단순화된 생산공정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우리나라는 상업용 IC설계기술이 취약해 이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는 것.결국HDTV 개발 성공의 관건은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인 TV 수상기보다 소프트웨어적인 설계기술에 달린 셈이다.상업용 칩 설계기술은 미국이 발군의 실력을 갖고 있다.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일본 가전업계에 빼앗긴 TV산업을 재 건하려는 권토중래의 야심에 불타고 있다.
HDTV 주도권확보를 위한 미국의 노력은 대단하다.미국은 아날로그방식으로 기술을 선점한 일본을 따돌리기 위해 디지털방식을채택했다.FCC(美연방통신위원회)도 규격표준안에 대해 민간의 자율성을 중시했던 종전 입장을 수정,업계의 제휴 를 끌어냈다.
이를 통해 작년말 통일된 규격을 만들어 현재 거의 요식적인 FCC심의를 진행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90년6월부터 3년간에 걸친 연구를 통해 상공자원부산하 생산기술연구원 총괄로 삼성전자.금성사.대우전자.현대전자가 작년 대전엑스포에서 HDTV 시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李玟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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