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통신경쟁력 취약-정부보호 안주 개방 속수무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97년 통신시장의 완전개방을 앞두고 있는 국내 통신분야의 경쟁력은 어느정도일까.
그동안 정부규제와 보호장벽 속에서 안주해왔던 한국과 일본의 통신산업이 본격적인 개방 파도 앞에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92년12월 미국 통신업체 비아텔의 한국시장 진출기도로 빚어진 파문은 통신개방.국제화의 명암을 극명하게 드러냈었다.세계 30여개국의 주요전화사업자들로부터 착신자 요금부담 사업허가를 취득한 후 대량사용에 대한 요금할인 혜택을 받아 이들 나라보다싼 값에 국제전화를 서비스해온 비아텔은 당시 국내에 지사를 설립하고 이용자 모집에 나섰었다.
비아텔의 국제전화서비스는 외국의 가입자로 하여금 일단 미국의착신자 요금부담 서비스인 800국제전화를 이용,자사의 교환대로전화를 걸게 한후 이 전화를 미국은 물론 제3국으로 연결해 주는 것.국내의 이용자들은 전화번호를 몇 개 더 두드리는 불편만감수하면 20~40%의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반면 국내통신업계는 비아텔의 기습으로 비상이 걸렸었다.당시 체신부는 비아텔의 서비스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내렸으나 비아텔은 지금도 음성적으로 국내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같은 사태는 물론 국내통신사업자들의 국제경쟁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체신부 정보통신협력관실 협력기획과의 석재범사무관은 비아텔의 시장교란에 대해『제도적으로는 사실상 규제할 수단이 없으며 국내 국제통신사업자들의 경쟁력을 강화 하는 방안을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국내의 국제통화 표준요금은 일본보다 싸고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나 요금체계가 단순하고 선택서비스가 빈약해 실질적으로는 요금경쟁력이 떨어진다.
일본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통신요금의 내외가격차가 통신분야에서의 일본이탈 현상을 가속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USF퍼시픽사와 텔레콤 인터내셔널사는 일본통신요금의 내외가격차에 착안한 벤처 비즈니스로 일본에서 거는 국제전화를 미국에 설치돼 있는 교환기를 이용,미국발신의 전화로 돌려 미국의싼 전화요금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국제위성통신의 주고객인 일본 방송국들 역시 요금이 비싸다는 이유로 국제영상전송서비스를 독점하다시피 해온 국제전신전화(KDD)의 영상전송서비스를 외면하고 있는 형편.
일본의 TV방송국들은 아시아에서 보내오는 영상전송의 수신루트를 아시아발-도쿄수신에서 아시아발-미국경유-도쿄수신으로 변경하고 있다.미국을 경유,우회하면 통신요금이 20%정도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통신서비스 이용자들의 이같은 일본탈출은 위성통신.컴퓨터통신으로도 확산되고 있다.미국 소니사는 일본 및 아시아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영상음악프로그램 공급 루트로 중국계의 통신위성을 선택했다.세계적인 컴퓨터통신 네트워크인 인터네트는 아 시아지역에 설립할 통신센터의 후보지에서 일본을 배제했다.
일본에서는 지금 이용료가 비싸 아시아의 거점공항에서 배제된 일본의 공항,외국기업의 철수가 잇따르고 있는 일본증시에 이어 정보통신분야마저 외국세에 안방을 빼앗기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개방화와 함께 일본과 한국의 동병상련 은 그 폭을넓혀가고 있다.
〈李必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