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유출 파문'수강생 53명 외고 합격 취소됐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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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서울 목동 지역의 아파트 단지에 '목동 종로엠학원'의 입시설명회 전단지가 배포됐다. 전단지에는 '2009 청심중.특목고 합격 점검 포인트에 대한 전략 설명회를 17일 오후 2시에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굵직한 글씨로 된 '2008(특목고) 기출문제 긴급공개' '외고와 강남 일반고 간 수능 격차 공개'라는 광고 문구가 실려 있었다. 이 학원 부원장과 특목고 팀장이 연사로 나온다며 사진도 실었다.

16일 경기도교육청은 목동 종로엠학원 출신 김포외고 합격자 53명을 모두 불합격 처리했다. 이 학원 곽모(41) 원장이 김포외고 시험지를 빼내 시험을 치르러 가는 버스에서 학원생들에게 유출한 것으로 수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학원을 형사고발하고, 관할 기관인 서울시교육청에 인가 취소를 요청했다. 학원 홈페이지에는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죄의식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사과문이 올라왔다. 곽 원장은 이미 12일 구속된 상태였다.

17일 합격이 취소된 목동 종로엠학원 출신 수험생의 학부모는 '불합격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목동 종로엠학원은 배포한 전단지 내용 그대로 특목고 입시 전략 설명회를 강행했다.

이 사실은 인터넷 카페 '김포외고 일반전형 문제유출 사건 해명'의 게시판을 통해 알려졌다. 김포외고 합격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카페 게시판에 전단지 사진을 찍어 올렸다. 이 학생은 "당신들 때문에 너무나 큰 상처를 받은 어린 학생들은 보이지 않느냐, 어떻게 지금 이 시점에서 2008 기출문제 공개를 운운하며 뻔뻔하게 설명회를 진행할 수 있느냐"는 글도 남겼다. 목동에 사는 학부모 이모(42)씨는 "아침에 전단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며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학생들을 생각하면, 같은 어른으로서 고개를 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학원 측은 "미리 만들어 놓은 전단지라 취소하거나 바꿀 수도 없었다"며 "입시설명회는 하지 않고 커리큘럼 소개만 했다"고 해명했다. 학원 관계자는 "학부모도 얼마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학원 측 해명과 달리 설명회를 취소하거나 내용을 바꿀 시간은 충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목동 종로엠학원은 입시문제 유출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인 이달 초 설명회를 기획했다고 한다. 이후 6일께 곽 원장의 사진까지 포함된 광고 전단지를 인쇄업체에 의뢰했다. 그러나 8일 경찰청이 수사에 나서고 곽 원장이 구속되자 지난주 인쇄업체에 사진만 부원장 것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학원에 자녀를 등록시킨 한 학부모는 "인가 취소가 거론되고 있는 학원이, 그것도 출신 학원생들의 합격 취소가 발표될 즈음에 이런 행사를 하는 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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