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총무처의 자료 숨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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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공무원채용시 제대군인 가산점제에 관한 행정쇄신위원회 본회의가7일 오후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렸다.
7~9급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군복무자에게 3~5%의 가산점을주는것은 여성.장애자 그리고 군미필자들에게 큰 불이익을 준다는여성계 의견과 현 제도의 폐지 또는 축소가 군의 사기저하와 군대기피 현상을 부채질한다는 재향군인회 등의 팽 팽한 의견대립으로 의사결정은 쉽지 않았다.
가산점제가 응시자들에게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위원들이 합격자들의 점수분포와 같은 관련 자료를 소관부처인 총무처에 요청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문제는 총무처가 관련자료를 마치 1급 비밀문서나 되는 양 공개를 꺼리고,그나마 내놓은 자료란게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총무처는 회의 당일에야 「제대군인 가산제 관련자료」라는 것을 위원들에게 배포하면서 이례적으로 『이 자료를 다 보신뒤 다시 회수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메모를 덧붙였다.그리고 관련부처 공무원에게 『기자들에게는 절대 자료를 주지 말것』 을 당부했다. 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담당공무원은 『자료가 공개되면 틀림없이 왜곡되게 해석.보도될 것이기 때문』이란 말을 서슴없이 했다.
겨우 건네받은 자료를 검토해 본 결과 정작 필요한 남녀별 점수분포도는 빠져있고 전국과 서울,분야별 채용 직군등이 뒤섞여있어 비교.분석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한마디로 「함량미달」이었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우리사회 선진화를 위한 노력은 여러방면에서 요구되고 있다.
이중 국가 정책 결정시 국가가 소유한 정보를 공개하고 이를 토대로 건전하고 합리적인 토론을 통한 국민들의 행정참여는 민주정치의 필수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7일 회의에서 총무처가 보여준 행태는 아직도 우리 공직사회에 남아있는 「밀실행정」의 전형이며 적당히넘어가 보자는 「적당주의」의 표본이다.
군가산점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지 두달이 지나고 몇번에 걸친 회의가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책결정의 근거가 될 자료를 회의가 임박해서 만들어 당일에 배포한 것은 심도깊은 토론을 막으려는 의도가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부실하게 준비한 자료 또한 관계자들의 무성의와 책임회피,또는무능력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부가 적당적당히 정책을 결정한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관계당국은 관련자료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공개행정」을 반드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계속될 행쇄위에서 그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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