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올 최대사업은 농민 수입 증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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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수입을 늘려라'. 최근 중국 언론을 요란하게 장식 중인 올해 중국 경제의 화두다. 그 시작은 새해 첫날인 1월 1일 후진타오(胡錦濤)주석이 서명, 전당(全黨)에 하달한 중국 공산당의 당중앙 1호 문건이다. 1호 문건엔 그해 최대 역점 사업이 기술된다.

올해 1호 문건은 '농민 수입 증가를 촉진하기 위한 약간의 정책적 의견'으로 어떻게 해서든 농민의 소득을 증대하라는 것이다.

1호 문건으로 농업 문제가 거론된 것은 18년 만의 일이다. 인민공사를 해체하고 농민 각자가 생산을 책임지는 농가청부생산 책임제 확립을 위해 1982년부터 86년까지 5년 연속 1호 문건으로 농업 문제를 제기한 이래 처음이다.

지난 8일 중국 관영 신화사(新華社)는 9천여자에 달하는 1호 문건 전문을 공개했다. 이튿날엔 당중앙 재경(財經)영도소조의 천시원(陳錫文)부주임이 설명회를 열었다.

"국내총생산(GDP) 몇% 올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진정한 정치적 업적은 농민 수입을 실제로 얼마나 늘리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격적인 언사다. 현재 중국 농촌이 그만큼 위기 상황이란 방증이다.

지난해 중국 농민의 연평균 소득은 4.3% 증가한 2천6백22위안에 달해 전년 증가율인 4.8%에 못 미쳤다. 반면 도시민 소득 증가율은 농민의 두배 이상인 9.3%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도농간 소득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97년 농민 수입은 2천90위안인데 반해 도시민 소득은 5천1백60위안으로 1대 2.47의 차이가 난다. 그러나 지난해 도시민 소득은 8천5백위안으로 도농간 격차가 1대 3.24로 더 벌어졌다.

국제 기준으로 연소득 3천위안 이하이면 빈곤 인구다. 따라서 중국의 평균적 농촌 인구는 모두 해당한다는 이야기다. 중국 기준으로 따져도 2000년의 경우 연소득 9백50위안 아래인 사실상의 빈곤 인구는 2억3천만명이나 된다.

올해 초 중국 서점가를 강타 중인 책은 '중국농민 조사'라는 소설이다. '중국 농민은 정말 고달프고 농촌은 정말 가난하며 농업은 정말 위험하다'는 내용이다. 胡주석의 제4세대 지도부가 당중앙 1호 문건으로 농민 수입 증가를 채택하게 된 배경이다.

1호 문건은 농업세 1% 감면과 농업에 대한 중앙 재정지원 3백억위안 증가 등 농민 수입 제고 정책을 37가지나 다루고 있다. 또 올해부터 1억명의 농민들을 대상으로 도시 취업이 가능하도록 취업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과거엔 도시 발전을 위해 농민의 도시 유입을 억제했지만 이젠 농민 수입을 올릴 수 있다면 독약도 먹겠다는 기세다. 여기엔 천심(天心)은 민심(民心)이요, 민심은 바로 농심(農心)이란 중국 위정자들의 오랜 가치관이 깔려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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