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자본시장개방과 통화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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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요 점〉 ▲최근 국내 증시의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를 2%포인트 늘린 것은 자본시장 개방의 폭과 질에서 상당히 미흡한 수준이다. ▲물가불안이 그 이유라면 외환정책이나 통화신용정책등 다른 정책적 수단으로 물가에 주는 충격은 완화할수 있을 것이다. ▲국내 자본시장은 규제완화와 시장원리에 충실한 효율적인 시장으로 변신해야할 과제를 안게됐다.
재무부는 지난 5일 국내주식에 대한 외국인투자자의 취득한도를오는 12월1일부터 종목당 2% 추가매입할 수 있도록 개방폭을확대했다.이는 물론 지난해 6월 발표된 3단계 금융시장 개방계획에 따른 약속이행이라고는 하지만 국내자본시장 의 느린 개방속도와 지지부진한 국제화의 진전은 한편으론 불안하기도 하고 안타깝다.세계경제의 개방화.국제화 바람속에 어쩐지 뒤처지고 있다는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늘 들어온 통화관리상의 어려움을 거론한다.개방폭을 더늘릴 경우 통화증발로 인한 물가불안이 오래전부터 들어온 그 이유다.증권업계는 하나같이 한도확대가 가져올 해외자금 유입규모와그 자금이 어떤 종목에 몰릴 것인가에 관심을 모은다.이런 식의반응이고 대응이라면 국내자본시장의 개방화.국제화는 문제가 있다. 첫째,해외자금의 유입이 통화관리상의 어려움과 그에 따른 물가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주장을 무턱대고 그르다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그러나 예상되는 1조~2조원이 한꺼번에 들어오지도않을 것이며 무역적자는 누적되어 있고 또 총통화 1백조원이 넘는 우리경제가 이만한 규모의 유입으로 흔들거린다고 단정하는 것은 비약이다.
더군다나 국내의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92년 개방이후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국내통화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확실한통계적 근거는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둘째,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유입은 자본자유화라는 큰 틀안에서파악돼야 한다.이런 전제라면 해외자금의 유입은 국내금리.환율.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꼭 물가만따로 문제삼는 것은 이상하다는 말이다.외환시장 에서 예상되는 원화절상을 막기 위해 정책당국이 적극 개입하게 되면 외화매입을위해 풀린 돈으로 금리가 일시적으로 하락하게 되나 장기적으로 소득효과및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다시 상승할 수도 있다.
당국이 만일 물가안정을 최우선의 정책목표로 하고 있다면 외화자금 유입에 따른 원화절상을 용인하면서 단기적으로는 부분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금융정책도 건전한 산업정책이 우선되지 않으면 개방압력에 밀려 앞뒤 가리지 못한 결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어렵다. 주식투자자금의 유입이 국내주가와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이 분명해진 만큼 차제에 국내증시의 유상증자나 해외주식 연계증권의 발행여건을 지금까지와 같은 규제로부터 좀더 시장원리에 부합하도록 만들어 국내기업들의 금융비용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대외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생각을 돌려야 할 것이다. 셋째,국내주가가 올라 외국인들만 득을 본다는 주장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문제는 어느정도의 수익률인가 하는점인데 우선 금리수준의 차이는 역시 거시적인 금융정책의 과제일것이다. 더 시급한 것은 구조적인 비효율성 때문에 생기는 비정상이익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과다한 규제로 인한 가격결정의 왜곡,단순한 상품및 서비스등의 규제는 정책당국이 빨리 풀어야 할 것이다.3투신을 비롯한 기관들의 독과점적 지위 를 그대로 방치하면서 외화자금의 유입을 물가불안정 요인으로만 볼 것이 아니다.
또 증권업계는 서비스 제공능력을 높여야 한다.한국증시의 규모가 거래대금 기준으로 세계 6위라고는 하나 지난 8월 서울에서열린 증권관련 국제대회에서 발표된 콸라룸푸르 증시관계자의 아시아지역 시장비교 논문에서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포 함돼 있는데 한국은 빠져 있었다.파이낸셜 타임스에 매일 게재되는 국제주식시장 시세표에도 국내주식은 빠져있다.
한 업종을 10년이상 담당한 진짜 산업분석가를 키우는 것이 국내 투자설명회를 1백번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을 우리는 포기하고 있고 국내증시의 국제화는 이런 수준에 와 있는 것이다.
정보에 있어 불리해야할 외국투자자들이 국내증권사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양질의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받는「역차별」까지일어나고 있다.이런 측면을 본다면 국내증시가 아니라 증권업을 먼저 더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시장에서 돈을 벌 수도 있어야 한다.다만우리시장의 구조적 비효율성으로 인해 국내투자자들에게 억울한 부분만 없도록 하는 것이 정부와 업계가 할 일일 것이다.작년에 싱가포르시장은 59%,인도네시아는 1백15%,필 리핀은 1백54%나 상승했다.언제까지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이제부터라도좀더 열린 생각으로 바꿔 나가야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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