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문학>국내 추리물 영역 넓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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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국내 창작추리소설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창작추리소설이 양적으로 늘어나면서 기존의 틀을 과감히 탈피한색다른 작품이 다양하게 출판되고 있는 것.
지금까지 국내 창작물은 범인을 찾는 정통파 추리소설과 긴박감넘치는 추적과정을 즐기는 스릴러 위주였으나 최근 들어서는 악마주의를 소재로 한 작품,외국을 무대로 한 작품, 주역 등 동양철학을 도입한 작품,의학미스터리 등이 속속 선보 이고 있다.
요즘 나온 장편중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끄는 것은 최현규의 『모스』(전3권.문화산책),권경희의 『트라이앵글』(서운관),최지우의 『주역살인사건』(전2권.밝은 세상)과 이해선의 『롯의 딸』(전3권.한국예술사)등이다.
이중 『모스』와 『주역살인사건』은 신인작가의 작품이고 『트라이앵글』과 『롯의 딸』은 여성추리작가의 신작이다.
『모스』는 출판사측이 『우리 소설의 세계화를 겨냥한 작품』이라고 내세운 점에서 볼 수 있듯 작가와 등장인물만 한국인일 뿐분위기와 내용이 번역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악마주의를 신봉하는 거대한 악의 집단 모스(MOSS)는 기원전 3천년전부터 페니키아지방에서 전승되어온 인신공양 의식을 실시한다.이들은 또 세계적인 기업을 토대로 대중음악과 매스컴을 이용해 악마주의를 확산시키고자 한다.
훈련을 통해 심령술 등 초능력을 지닌 모스의 비밀 회원들은 국내의 지도급인사를 포섭,악마주의를 확산시키려고 하고 그 와중에서 잇단 의문의 살인사건이 난다.용감한 남녀기자 한쌍이 선배기자의 죽음을 추적하면서 모스의 정체는 서서히 드 러난다는 내용이다. 작가 최현규씨는 『지금 범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악마주의가 대중예술을 통해 쾌락과 자유라는 가면을 쓰고 우리에게다가오고 있어 이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집필동기를 설명한다. 『저린 손끝』으로 제1회 김래성 추리문학상을 수상한 권경희씨가 태국을 여행하다 우연히 들은 이야기를 추적해 발표한 『트라이앵글』은 태국.미얀마.라오스 접경의 메콩강 삼각주지대인 골든 트라이앵글이 무대.
권씨는 세계적 마약산지인 이곳에서 마약왕 쿤사의 추적을 받는한국계 요원 문충일 일가의 이야기를 추리소설로 풀어내고 있다.
그녀는 태국에서 만난 여행안내원으로부터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탈출해 나온 한국인 가족을 숨겨두고 숨막히는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이야기를 듣고 소설을 구상하게 됐다고.죽음을 무릅쓴 이들의 탈출극이 작품속 기자에 의해 전개된다.
『주역살인사건』의 최지우씨는 컴퓨터통신의 인기연재작가로 최근4권의 작품을 한꺼번에 내놓으며 등단한 신인.『주역 살인사건』은 노자.장자.주역의 공부에 빠져 있는 작가가 신비한 주역점으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도록 장치한 작품이다.
고릴라 봉제인형 속에서 질식된 시체로 발견된 리라의 범인을 추적하는 이 소설에는 동방교.한알교등 가상 시흥종교집단이 등장하고 사건의 고비고비마다 주역의 괘가 힌트를 준다.그 과정에서64괘 풀이가 반복적으로 등장,작가는 책말미에 부록으로 64괘에 대한 간략한 풀이를 싣기도 했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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