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일본 근대 사상사" 久野收.鶴見俊輔 지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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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사상은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서만 비로소 현실을 움직이는 힘으로 전화될 수 있고,그렇지 못한 사상은 죽은 시체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상은 좁은 의미의 철학적 성과에 국한되는 것이아니라 문학.평론.정치.교육.혁명,심지어는 신문 .범죄를 포함한 일상생활 등 다양한 삶을 포괄해서만 제대로 파악될 수 있다.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이 책은 20세기 이후의 일본의 사상적 지형을 그들의 문학.정치.교육,그리고 신문평론.일상생활등을 소재로 분석하고 있다.그런 점 에서 사상사가 매우 어렵고딱딱하다는 느낌과 달리 매우 생동감있게 기술되어 있다.
1910년『백화(白樺)』라는 잡지에서 시작하여 전후에는 보수주의자들의 이상이 되었던「백화파」,에로물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되었던 일본 공산당의「유물론 사상」,일본사회의 밑바닥에서 독특한 성격의 사상운동으로 번져나간 생활작문운동의「실용주의」,천황주의와 제국주의를 낳게한「초국가주의」,전후 일본인들의 패배주의적 감성과 공산주의 전향자들에 의해 주도되었던「실존주의」가 다루어지고 있다.
일본 사상사에 대한 저작으로서는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 책은,생활 속에서의 사상 검증을 강조함으로써 다분히 실용주의적관점을 취하고 있으며,각 사상들 사이의 내적 연관이 부족하다는「부록」에 실린 논평자의 견해도 주목해서 읽을 필요가 있다.(심원섭 옮김.문학과지성사.2백10쪽.5천5백원) 〈金蒼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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