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 찍고, 4층 강의실까지 … 침팬지 엄마 '스쿨 어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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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침팬지 연구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가 15일 이화여대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고 있다. [이화여대 제공]

15일 오후 1시 이화여대 학관 교양 강의실 110호. '과학.삶.미래'라는 교양과목이 진행되고 있는 강의실에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가 제인 구달(73) 박사가 예고 없이 들어섰다. 따라 들어온 이 대학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가 "여러분 다 아시죠. 이 분이 침팬지 연구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인 구달 박사님입니다"라며 짧게 소개했다. 그러자 강의실은 그를 알아본 200여 학생의 환호와 술렁임으로 가득 찼다. 구달 박사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침팬지는 이렇게 인사합니다. 우우우-우---우-------" 라며 침팬지의 언어로 인사를 대신한 뒤 10분간의 강의를 이어나갔다.

구달 박사는 올해 초 무함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 총재,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교수와 함께 이화학술원의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석좌교수 임용 후 첫 번째 강연을 위해 14일 한국에 왔다. 16일로 예정된 학술원 강연에 앞서 이날 깜짝 릴레이 특강에 나선 것이다.

그는 "인간은 자연의 일부에 지나지 않고, 자연이 위기에 처할수록 인간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요지의 짧은 강의를 마친 뒤 다음 강의실로 서둘러 이동했다.

같은 건물 4층의 또 다른 교양 강의실에선 '뿌리와 새싹' 운동에 대해 설명했다. 1960년부터 47년간 탄자니아 곰비 국립공원에서 야생 침팬지를 연구해온 구달 박사는 91년부터는 '뿌리와 새싹' 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구 생태계를 살리는 데 젊은이들이 앞장서자는 캠페인이다. 그는 "생명의 시작인 새싹은 약하지만 벽돌도 뚫을 힘을 지니고 있다"며 "사회의 모든 문제를 새싹처럼 뚫을 수 있는 주인공이 바로 젊은이"라고 강조했다.

구달 박사는 이날 세 곳의 강의실을 돌며 10분씩 릴레이 강연을 했다.

강연을 들은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장유진(20.국제학부)씨는 "예상치 못한 깜짝 강연이라 더 인상 깊었다"며 "어렸을 때 가졌던 동물에 대한 관심이 평생 연구로 이어졌다는 것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구달 박사는 17일 출국한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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