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猥褻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개(=犬)가 사람을 보고 두려워(畏)마구 짖는 것이 외(猥)다.기분이 좋을 리 없다.그래서 기분이「더럽다」는 뜻이며 외람(猥濫)은「자신의 분수를 더럽힌 것」을 뜻한다.
한편 설(褻)은「衣」자를 가지고 있으므로 옷과 관계되는 글자임을 금방 알 수 있다.두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는「평상복」이고또 하나는「속옷」이다.평상복이든 속옷이든 옷은 옷이다.따라서 외설(猥褻)의 본디 뜻은「옷을 더럽히는 것」이라 고 하겠다.
그런데 사전을 보면「남녀간의 추잡한 행위」라고 되어 있다.그래서 외설물(猥褻物).외설죄(猥褻罪)라는 말이 있지만 사실은 별 것 아니다.잠시 옷을 더럽혔을 뿐이니까.
그러나 그렇지 않다.「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듯 우리 조상들은 의관(衣冠)을 무척 중시했다.「옷=인격.신분」을 뜻했던 것이다.그러므로 옛날에도 엄연한 패션이 있었다.
공자 당시 군자(君子)의 패션으로는 어떠한 경우에도 감청색과분홍색 옷을 입어서는 안되었다.특히 평상복이나 속옷(褻)을 그런 식으로 입는 것은 금기였다.물론 덥다고 속이 비치는 옷을 입어서도 안되며 목욕재계 후에는 반드시 새 옷으 로 갈아 입었다.공자가 이처럼 옷을 강조한 것도 알고 보면「옷=인격」이라는인식 때문이었다.그렇다면 외설은 외심(猥心.마음을 더럽힘)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외설죄는 외심죄(猥心罪)다.음란한 행위나물건을 가지고「마음」을 더럽히는 것이 외설인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