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군계몽영화 일반방송 방영은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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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국군의 날인 지난 1일.TV를 켠 시청자들은 군부대에서 교육용으로나 방송하면 적당할 영화를 접해야 했다.SBS가 이날 정오 내보낸 『우리들의 젊음 그 꿈을 위하여』와 MBC가 이날 낮2시30분 내보낸 『재수좋은 녀석들』.
『우리들의…』는 상관의 권위주의에 거부감을 갖고 있던 햇병아리 병사가 비상훈련과정에서 상관의 진면목을 접하고 군인정신을 되새긴다는 내용이고,『재수좋은 녀석들』은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조차 올리지 못한 주인공 김병장이 군대 동료와 상 관의 온정으로 영내에서 식을 올리고 특별휴가를 떠난다는 내용이다.
국군홍보관리소가 만든 이 1시간짜리 영화들은 과거 군대에 다녀온 시청자라면 누구든 떠올릴 「부대영화」의 전형이다.
군이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려는 취지로 제작하는 「부대영화」는어려운 처지의 동료를 돕는 따뜻한 전우애나,용맹한 국군의 활약상을 주제로 만든 계몽적 성격의 영화다.
주된 관객인 군 장병들을 계몽하는 것이 1차목표이므로 일반적으로 영화가 갖춰야 할 리얼리티가 무시되기 쉽고 플롯 또한 단순하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의 성격이 현실적.다면적이지 못하고 전형적.평면적으로 설정되기 때문에 영화보는 재미가 크게 떨어진다. 전개와 결말이 너무도 뻔한 이런 영화는 장병들의 사기진작용으로는 쓸모있을지 모르지만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로 입맛을 높여온 일반시청자에겐 솔직히 호소력이 없다.
두 방송사는 국군홍보관리소의 협조요청에 따라 이 영화를 방송했다고 밝혔지만『배달의 기수』와 같은 군계몽프로가 시청자의 외면을 받아 폐지된지 오래된 마당에 굳이 이같은 영화를 방송해야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두 방송사는 최근 무장탈영사건으로 실추된 군의 이미지를 회복하고 사회분위기를 일신할 필요 때문에 이 프로를 편성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그런 이유에서라면 군에서 만든 부대영화보다는 전문방송인들이 군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전하는 르포프 로를 방송했어야 호소력이 있었을 것이다.두 방송사의 부대영화 방송은 국군의 날 특집이란「구색」을 차리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姜찬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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