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3집 앨범 무게만큼 인기 못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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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랩의 열풍,충격적인 힙합 리듬과 댄스 등을 몰고오면서 최근 몇년간 우리 가요계의 핵폭탄으로 군림해온 「서태지와 아이들」.
그들의 새 음악들은 가사내용과 음악 연주가 무게를 더한 반면예전과 같은 10대들의 폭발적인 열광은 상대적으로 많이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
음반 발매 이전부터 갖가지 화제를 모아 예약 판매만도 50만장이 넘는다는 그들의 3집앨범은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이전의 음반들에 비해 판매량이 크게 떨어졌다.
그들의 뮤직비디오 복사물과 심지어 수많은 팬시 상품에 이르기까지 한국대중문화의 각종 기록을 경신했던「서태지의 신화」는 이로써 일단락되었다는 판정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또 서태지의 음악에 의해 트로트.발라드 등 우리 가요계의 여러범주들이 몰락했고 다른 가수들이 거의 질식상태에 빠졌었던 것에 비하면 이번 새 음악들의 충격은 덜한 편이다.
「서태지 태풍」을 비껴가기위해 다른 가수들은 앨범 제작.발표시기와 공연스케줄을 조정하기도 했는데 올해엔 그다지 우려할 것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족주의와 역사의식이 담긴 가사를 웅대한 헤비메탈 음악에 실은 『발해를 꿈꾸며』,반인간적인 교육에 저항하는 『교실 이데아』,젊은이들의 존재론적인 반항을 보여주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등 전혀 예기치못했던 내용을 갖고있는 노래들은 말초신경적인 10대 대중에 호소력을 발휘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주제들로 받아들여진다.
문민정부 이전이었다면 발표되기도 전에 검열에 걸렸음직한 가사들이 불만에 가득찬 음색으로 터져나오는 것을 대중들이 부담없이즐기기는 어렵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해『이젠 그런 가르침은 됐어』라며 강력한 반감을 표시할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또 70년대 전성기 헤비메탈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소리로 일관하는 이러한 새 음악들은 그 자신들도 실황 공연으로 재현하기 힘들 정도로 난해한 구성을 보이고 있다. 최근 TV프로그램에서 녹음된 반주로 선보이는 그들의 공연 모습은 작품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예전보다 생동감이 떨어지는 편이다. 데뷔 히트곡 『난 알아요』의 랩과 신나는 리듬,『하여가』에서 발휘한 힙합음악의 복잡한 편곡 등은 극성팬들 뿐만 아니라 음악 전문가들도 서태지의 재능에 탄복하게 했다.
그러나 서태지는 이런한 인기에만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3집에서 그동안 하고싶었던 표현을 극단적으로 자유롭게 표현해 내고 있다.
3장의 음반을 내면서 서태지는 이제 자기 음악 고유의 영역을찾아야만 했는데 결국 형식적으로는 헤비메탈로 귀결되는 것같다.
따라서 모든 젊은 층의 음악을 대변하는 것보다 자기들의 음악이추구하는 바를 명확히 하면서 이에 호응하는 팬 들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록 음악의 저항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서태지가 대중성과 연예비즈니스 체계에도 저항을 보이면서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또다른 관심사다.
〈蔡奎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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