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캐디 플레이독촉 짜증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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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빨리 빨리 치세요.』일부 골프장에서 캐디들이 골퍼들의 플레이 속도를 지나치게 채근해 비난을 사고 있다.캐디들의 플레이 재촉은 어느 골프장을 막론하고 이미 보편화된 일이지만 최근 들어 독촉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많은 골퍼들이 몰리는 주말의 경우 더욱 심해 스트레스를풀러갔다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이게 하고 있다.
심한 경우 캐디의 눈총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뛰어야 할 정도여서 일부 골퍼는 언성을 높이는등 라운딩 기분을 망치기까지 한다. 캐디들의「목소리」가 높아진 이유는 정해진 시간내에 라운딩을 마치지 못하면 캐디들이 골프장측으로부터 벌칙을 받기 때문이다. 즉 캐디백 나르기,풀뽑기,그린 손질,심지어는 화장실 청소등 하룻동안 무보수로「벌당번」을 서야 하는 불이익을 당하는 것. 서울 근교의 N골프장은 일요일 오전 10시 이전에 티업하는팀은 4시간 이내에 플레이를 마치도록 캐디들을 다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플레이가 지연되면 캐디들의 꾸지람(?)이 여지없이날아든다.
기흥 근처의 K골프장도 규정된 시간 이내에 홀아웃하지 못하면역시 캐디들이 제재를 받는다.
N골프장의 한 캐디는『캐디들이 플레이를 지연시키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가 불이익을 당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한 뒤『독촉한다고 기분 나빠할게 아니라 플레이어 각자가 조금만 신경쓰면싫은 소리를 듣지 않고서도 4시간 이내에 충분히 라운딩을 마칠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동수(韓東秀.골프채수입업)씨는『일부 초보자들이 뒤팀은 생각지도 않고 자기 앞마당처럼 플레이를 지연시킬 때는 짜증이 난다』며『독촉당할 땐 기분이 상하지만 코스가 밀리지 않아 오히려 좋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여성골퍼인 유승희(柳承姬.주부)씨는『캐디의 성화에 걸음을 재촉하는 남성 동반자들에게 보조를 맞추다 보니 숨이 찰 정도』라며『마음이 조급해 볼도 제대로 맞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N골프장 관계자는『골퍼들이 자신들의 플레이가 느린 생각은 하지 않고 코스가 조금이라도 밀리면 앞팀을 욕하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며『플레이어들에게 빠른 진행을 권고해왔으나 소용이 없어 이같은 간접적인 방법을 채택하게 됐다 』고 말했다. 그는 또『국내 골퍼들은 전반적으로 플레이가 너무 느린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뒤『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가급적플레이를 빨리 진행시키는게 골퍼의 매너』라고 강조했다.
〈金鍾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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