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일본 마음대로의 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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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일본이 한국의 강세종목인 레슬링의 경기일정을 갑자기 변경,한국은 물론 각국 선수단으로부터 의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레슬링은 당초 4일부터 시작해 하루 3개체급씩 예선과 결승을치르게 돼 있었다.
그러나 조직위측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이틀에 걸쳐 5개체급씩 경기를 끝내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한국측에 양해를 구했다.
일본에 도착한후 일정변경을 통보받은 한국측은 이에 항의,사전통고등 절차를 무시한 조직위를 비난했으나 경기는 결국 일본측의의도대로 벌어지게 됐다.
레슬링은 경기 전날 체중을 달아야 하는 체급경기이므로 하루 차이가 컨디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선수들은 경기당일 결승까지 끝내는 국제대회 규정에 따라 체중과 컨디션을 서서히 조절,당일 최고의 상태로 만든다.
이에 따라 한국은 조직위측의 갑작스런 일정변경이 홈에서 한국의 금메달을 빼앗아 가려는 일본의 저의가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있다. 특히 일본은 이번대회 레슬링에서 그동안의 침체를 벗고 5개(그레코로만형.자유형)의 금메달을 딴다고 호언한 바 있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한국은 화난 표정을 지으면서도 한편으론 회심의 미소를짓고 있다.
그것은 한국이 이미 일본 도착전에 조직위측의 일정변경 전략(?)을 눈치채고 대비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조직위측에 밀사를 파견,정보를 입수해 일정변경의 내막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4일부터 시작되는 레슬링은 전통적인 한국의 메달밭이다.
종합 2위를 목표로 하는 한국으로서는 대량 메달을 기대하고 있고,2위를 탈환하려는 일본은 한국의 메달 독식을 저지해야 한다. 이같은 배경속에 발생한 「묘한 사건」(일정변경)은 마치 스파이전을 방불케해 흥미와 관심을 더하고 있다.
[히로시마=權五仲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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