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말뿐인 아시아人의 화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히로시마아시안게임의 슬로건은 「아시아인의 화합」.
그러나 현지에 온 외국선수들이나 취재진은 전혀 우정이나 화합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철저히 자국(自國)중심적인 우의와 화합을 7천3백여 참가선수단,나아가 31억 아시안인에게 강요하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례는 개회식에서부터 드러났다.
일본 왕이 입장하자 각국 선수단과 취재진을 모두 기립시킨 가운데 오페라가수가 등장,일본국가(國歌)를 독창하는 오만한 자세를 드러냈다.
경기에 돌입하면서 일본의 본성은 더 잘 드러나고 있다.
대회 첫 메달이 가라테에서 나오도록 경기 일정을 잡아 일본 선수들의 사기를 올린것은 차라리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차량배차와 연습일정을 일본 위주로 해 다른나라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 치졸한 방법까지 동원,메달획득에 혈안이 돼있다.
자기네들은 연습장을 편한 시간.장소에 배정해 맘껏 훈련하고 있으나 경쟁상대 한국에는 점심시간에 연습하도록 해 농구.배구팀은 이에 반발,연습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차량이용도 불편한 것 중의 하나.선수단은 조직위에서 배정한 셔틀버스를 이용하는데 외국선수들은 경기시간이나 연습시간 직전에운동장에 도착하도록 해놓아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출전하는 실정이다.
취재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격장의 경우 프레스센터에서 버스로 2시간이나 걸리는 것까지는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셔틀버스를 오전7시에 단 1회 운행할뿐이다.야구.사격.펜싱.근대5종.승마등도 비슷한 실정인데『돈 있으면 택시타고 오라』는 식이다.
선수단.취재진이 조직위에 항의해도 담당자들은 『우리로서는 어쩔수 없다』는 대답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할뿐 문제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인의 우의가 돈독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히로시마=金相于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