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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 뚫리고 웰빙 바람 … 날개 단 풍기인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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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인삼 채굴 트랙터가 수확을 위해 인삼 밭을 헤집고 있다. 아주머니들은 땅속에서 나온 인삼을 주워 담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풍기인삼 수확은 11월까지 계속된다. [풍기인삼농협 제공]

풍기인삼이 활기를 찾고 있다.

지난달 열린 인삼축제 때는 첫날 하루 30만명이 풍기를 찾았다. 풍기IC는 마비되다시피 했다. 1만2000명이 사는 풍기읍은 축제기간 관광객 100만명이 몰리면서 읍내는 차가 마음대로 못다닐 정도였다.

풍기수삼센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장진수(46)씨는 “지난 한달 관광버스 130대가 찾았다”며 호황으로 들뜬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곧 운행될 풍기인삼과 부석사·소수서원을 잇는 환상열차를 맞을 준비로 바쁘다”며 “덕분에 읍내는 땅값도 많이 올랐다”고 덧붙였다.

풍기는 그동안 중간 상인이 인삼을 많이 사 갔다. 1시간씩 걸려 힘들게 죽령을 넘어 와 인삼을 산 뒤 전국에 팔았다. 그러나 웰빙 바람에다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도시 소비자들이 직접 풍기인삼을 찾고 있다.

◆한달 늦은 채굴=요즘 풍기는 인삼 ‘채굴’이 막바지다. 그래서 약속 잡기조차 어렵다. 이곳에선 인삼 수확을 ‘채굴한다’고 표현한다. 땅에서 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풍기는 큰 서리가 내리기 직전에 인삼 채굴을 끝낸다. 풍기인삼농협 홍순두(43) 기획팀장은 “풍기는 다른 지역보다 한달쯤 채굴이 늦은 데다 논에서 키우는 게 특징”이라며 “그게 다른 지역 인삼보다 사포닌 함량과 속이 실한 원인”이라고 말한다. 홍삼 1근(300g)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6년근 인삼은 보통 1.5㎏이 필요하지만 풍기인삼은 1.2㎏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900여 농가가 가입한 풍기인삼농협은 조합장·전무 등이 지난 9일 인삼 수매 등으로 현장을 뛰고 있었다. 내년에 조합 설립 100주년이 되는 풍기인삼농협 안 가공공장은 채굴한 인삼을 선별하고 쪄서 홍삼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인삼을 첫 재배한 땅=영주시와 상인들은 풍기역 앞 기존 인삼시장에다 올 들어 현대식 수삼센터를 새로 열었다. 홍삼 붐이 일면서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풍기에 자리한 동양대는 인삼 클러스터를 만들어 농가에 기술과 상품화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인삼은 몇년 새 전국에 걸쳐 재배되고 있다. 인삼 값은 올 초반 하락세를 보이다가 최근 들어 반등하고 있다.

영주시 농업기술센터 하태일(46)씨는 “풍기는 조선 중종 때 주세붕 군수가 금계동에서 산삼 종자를 채취해 인삼을 첫 재배한 곳일 만큼 토양과 기후가 인삼에 최적”이라며 “문제는 중국의 저가 인삼 공세”라고 지적했다. 중국 인삼은 국내 가격과 비교하면 5분의 1에서 심지어 10분의 1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하씨는 “이를 이기기 위해서도 무농약 인삼 만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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