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도 아저씨도 학교에서 굿샷!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충남 보령 주산산업고 운동장에서 열린 어프로치 샷 경연대회에서 대회 참가 주민들이 아이언 샷을 하고 있다. [주산산업고 제공]

12일 오후 농촌인 충북 진천군 초평면 용산리 구정초등학교 골프연습장. 남·여 학생 10여명이 실내골프연습장에서 호쾌한 드라이버샷을 날리고 있었다. 지난달 4일 문을 연 구정초 골프연습장은 6개의 타석으로 비 거리는 38m. 제2의 최경주·박세리를 꿈꾸는 학생들은 드라이버샷 뿐만 아니라 어프로치·퍼팅 등 골프 실력이 수준급이다.

전교생이 50명도 안 되는 이 학교는 3~6학년 학생 대부분이 골프채를 잡고 있다. 방과 후 학교 특별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홀인원 꿈나무교실’이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꿈을 주고 있는 것이다.

골프장 구경도 못 했던 이 학교 학생 26명과 인근 초등학교 학생 5~6명 등 30여명은 매일 방과 후 골프연습을 한다.

이 학교 정해란 지도교사는 “도시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농촌의 교육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미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며 “머지 않아 최경주나 박세리 같은 훌륭한 선수가 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학교는 방과 후나 휴일·방학 동안 일반인들에게 연습장을 개방하고 있다.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골프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민들에게 여가·레포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충청·강원도 등 농촌 지역 학생·주민들 사이에서 때아닌 골프바람이 불고 있다.

충북 진천 구정초 학생들이 교내에 설치된 골프연습장에서 아이언샷을 연습하고 있다. [구정초등학교 제공]

◆주민과 함께 하는 교육현장=초·중·고에 골프연습장이 생기면서 학생들 뿐만아니라 농삿일 밖에 모르던 농민 등 지역 주민들이 골프 매니아로 변하고 있다.

골프반을 운영 중인 충남 보령 주산산업고는 매년 3~4차례 주민들을 위한 어프로치 샷 경연대회를 연다. 지난달 23일에는 학교 잔디운동장에서 주민·학부모·교직원·학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골프를 통해 화합을 다졌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경연대회는 레저문화 기회가 적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평생교육 차원에서 마련됐다. 또 참가자들에게는 골프 공·장갑 등 푸짐한 경품도 나눠줬다.

충남 예산군 주민 100여명은 고덕초 골프연습장을 이용한다. 학생과 교직원이 400여 명인 점을 감안한다면 주민들이 20%를 차지하는 셈이다. 이 학교 골프장이 인기가 높은 것은 타석이 6개인데다 비 거리도 50m나 돼 정규연습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충북·충남지역 농·어·산촌 학교들이 잇따라 골프연습장을 개설하고 있다. 충북지역은 구정초를 비롯해 16개의 학교에 골프연습장이 설치됐다. 연습장은 청주·충주 등 도심보다는 진천·보은·영동·괴산 등 농촌지역 학교들에 집중돼 있고 대부분 골프반을 운영 중이다.

강원도에도 초·중·고 32개 학교에 골프연습장이 설치돼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의 골프스타 산실=구정초 학생들은 체계적인 훈련을 받기 위해 비 거리가 200m에 달하는 골프연습장에서 티칭프로에게 지도를 받고 있다. 한 달에 2~3번은 파3홀에서 연습하고 8월에는 퍼블릭골프장에서 첫 라운드를 갖기도 했다. 내년에는 4~5명이 초등대회에 참가할 계획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아이들의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내년부터는 대회에 참가해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은 주산산업고를 포함해 초·중·고 26개 학교에 실내·외 골프장이 있다. 주산고는 전국·지역규모 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른 선수가 10여명에 이른다. 논산 연무중 단체팀은 전국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고 연기 조치원여중은 충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충남교육청 박상식 장학사는 “농촌 여건상 학생과 주민들이 골프를 배우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며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민들에게는 여가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골프장설치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