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합당 갈등 일단 봉합했지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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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의 합당 조건을 놓고 불거진 대통합민주신당의 내부 갈등이 일단 봉합 국면을 맞고 있다. 정동영 후보가 14일 긴급 소집한 최고위원.선대위원장.고문단 연석회의를 거치면서다. 신당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한 이 회의에선 3시간가량의 난상토론 끝에 "4자 회동의 뜻을 존중해 협상단을 꾸리고, 협상단은 당내에서 제기된 여러 의견을 충분히 고려할 것으로 본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양측 협상단장인 신당의 문희상 선대위 상임고문과 민주당 최인기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만나 '4자(정동영.오충일.이인제.박상천) 합의'에 이은 추가 협상에 착수했다.

하지만 신당에선 "갈등이 해결된 게 아니라 잠복했을 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 등 '친노파'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4자 합의 내용에 이의를 제기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비판에 가세했다. 특히 ▶민주당에 의사결정기구 절반 할애 ▶내년 6월 최초 전당대회 개최 등의 4자 합의 내용은 대선보다 내년 총선과의 연관성이 더 크다. 추가 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으면 대선 이후 주도권을 겨냥한 각 세력이 또다시 충돌할 수 있다. 다음은 주요 인사들의 발언 요지.

▶이해찬="공동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 (총선) 공천 심사와 관련해 상향식 절차와 같은 공정한 틀을 만들어야 한다."

▶김근태="정 후보와 오충일 대표가 재협상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손학규="통합의 상대는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이 어떻게 보느냐다. 의원들이 대선을 내 선거라고 생각하며 치를 수 있어야 한다."

▶오충일="4자 합의에 서명한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선 이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희상="민주당과 통합하지 않으면 대선도 총선도 어렵다. 광주에서 시장에 갔더니 '이제 됐다'고 만세를 부르더라."

◆민주당, "재론 불가"=민주당은 기존 합의를 변경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추가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양측 모두 합당을 무효화하는 결정은 내리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양당 일각에선 최고위원회를 동수로 구성하되 합의제 의결기구로 운영해 사실상의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하는 방안이 보완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편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당-민주당 합당과 관련, "지금 통합으로 가면 지분 얘기가 나오고 이해관계가 얽혀 힘들고 어려워지니까 연합을 해 단일 후보를 내는 게 좋다"며 "(양당이) 통합으로 나오니 잘됐으면 좋겠지만 걱정한 대로 내부에서 말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김성탁.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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