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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고속도앞서는싱가포르>中.항만 전산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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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싱가포르=金泰진특파원]싱가포르 항만청(PSA)이 자랑하는 브라니 항구.
부둣가에는 거대한 몸집의 크레인 수백대가 줄지어 서있고 그옆으로 집채만한 컨테이너들이 가지런히 적재돼 있다.
사람의 모습은 별로 찾아볼 수 없는 항구에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트럭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트럭에 실린 화물들은 배가 입항한지 하루만에 원하는 곳에 배달된다.항구에서 목적지까지 도달하는데 7일까지 걸리는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판이하다.이곳이 바로 싱가포르의 경쟁력을 낳아주는현장인 것이다.싱가포르 항구는 규모나 물동량면에 서 세계에서 가장 큰 항구다.전세계 8백여개 항구들과 연결되는 6백개 항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항상 8백여척의 선박이 화물을 부리고 있다.일찍부터 해상무역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싱가포르는 64년부터 PSA를 설립해 항만시설을 전 산화해왔다.
6개 항구에 무인으로 컨테이너트럭의 출입을 검색하는 시스템부터 2백만평방m에 달하는 야적창고,42만평방m의 창고를 컴퓨터로 관리해 최단시간내에 짐을 부리고 목적지에 화물을 수송하는 총체적인 물류시스템을 구축했다.
『부두에 배가 들어오면 중앙통제컴퓨터실에서 무선으로 이용부두를 할당하고 하역작업에 투입될 크레인수와 번호를 지정합니다.』PSA에 납품한 1백40대의 대형크레인을 애프터서비스하는 삼성중공업 싱가포르지사 이용우(李龍雨)과장의 설명이다.완벽하게 전산화된 시스템이다.
『거대한 화물들이 놀라울 정도로 빠른 시간에 분류됩니다.트럭에 실린 이 화물은 게이트자동시스템에 의해 무게와 목적지,종류별 분류를 단 45초만에 끝내고 항만 게이트를 빠져나갑니다.』항만을 빠져나간 트럭은 막힘없이 시내를 질주할 수 있다.
모든 도로가 4차선 이상의 일방통행이고 교통체증이 거의 없기때문이다.싱가포르는 모든 도로를 포함한 도시전체를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전산화하고 있어 경쟁력 있는 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사운드카드로 유명한 크리에이티브사의 사무실.이곳 여직원이 컴퓨터단말기 앞에 앉아 다음주에 출항할 화물들을 조회하고 선박을예약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 림수추과장(34)은 『싱가포르에 있는 모든 회사들은서류 없이 컴퓨터로 무역거래를 해 화물의 선적.선박예약을 온라인으로 처리한다』고 말한다.「종이 없는 무역시대」가 와 있는 것이다.PSA는 싱가포르 전역에 있는 창고와 1 천2백여 항구하역회사를 컴퓨터 네트워크인 「포트네트」에 연결했다.
포트네트는 전자문서교환(EDI)시스템인 「트레이드네트」와 연결돼 항구를 이용하려는 회사들이 24시간 서류를 교환할 수 있다. PSA는 항상 여유있는 항만시설을 준비하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현재 15% 가량 하역용량이 남아 있는데도 90년 장기발전전략을 세워 30년후인 2020년의 항만수요용량을 예상해 새로운창고와 항구 건설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사회간접시설(SOC)이 턱없이 부족해 국제경쟁력을상실하는 주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기업의 물류비가 매년 10%이상씩 증가해 원가부담이 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물류비가 기업 비용의 10%를 넘어섰다.PSA는 사회간접시설 이 국가경쟁력을좌우한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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