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새 경제팀의 정책과 과제-좌절 丁경제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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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정재석(丁渽錫)前부총리의 경제철학은 왜 좌절되었는가.
취임직후부터 신선하고 파격적(破格的)언행으로 관심을 모았던 그가 건강상 이유로 10개월도 채 못돼 도중하차하고 말았다.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여러가지 정책현안에 대해 평소의 철학을 거침없이 밝혔다.
규제완화에 대해 그는 다른 부처와 마찰이 일더라도 개의치 않고 진짜로 털어버리겠으며,사회간접자본(SOC)의 민자(民資)유치에 대해 특혜시비가 일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그런 오해가생긴다면 그 책임은 내가 지겠다』며 강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분담론에 대해서도 그는『정부가 이것 저것다하려면 안된다』며『민간에 맡길만한 일은 그렇게 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는 특히 억누르기 일변도의 물가정책에 대해 비판을 하고 나섬으로써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가격구조의 왜곡은 전적으로 기획원 책임이다.가격정책을 그렇게 끌고가서는 안된다.나는 79년 기획원차관 때도 과감한 가격현실화 정책을 취한바 있다.상승요인이 생긴 물가를 마냥 억눌러놓는다고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경제가 왜곡되고 경직되면 결국서민들만 손해를 본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물가개혁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脫규제 문제에 관해서는 그가 생각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았다는 것이 기획원 관계자들의 볼멘 소리고,물가현실화 발언은 금방「현실의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유권자를 의식한 여당의 정치논리가 부총리의 경제논리를 압도했으며,연초에 물가가 솟아 오르자「부총리가 물가불안을 부채질하고있다」며 그를 일방적으로 몰아세우기까지 했다.
80년 5.17직후 신군부와의「성격차」로 상공장관을 마지막으로 관계(官界)를 떠난 丁前부총리가 현실감각이 무뎌졌다는 비판도 일었다.
그는 한국경제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방체제에 맞는 정책을 밀어붙이려 했으나 이미 힘의 한계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 사람도 어쩔수 없다」는 외부의 평가를 가슴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측근의 이야기도 전해졌다.
그는 경제팀장으로서 조정역할이 미흡하지 않느냐는 일부 지적에대해 나름대로의 생각을 갖고 있었다.『이제 기획원은 다른 부처를 끌고가려 해서는 안되고 오히려 다른 부처의 어려운 일을 나서서 해결해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
관료보다 학자로 불리길 더 좋아한 그가 건강을 회복하는대로 강단에서 자신의 경제철학을 더 펴나가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沈相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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