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건강>32.빈혈 손금 희미하면 일단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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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여성에게 빈혈만큼 흔하면서도 소홀히 취급되는 증상도 드물 것이다.빈혈은 쉽게 말해 몸안에 피가 모자라 나타나는 신체적 현상.여성의 경우 생리적인 출혈이나 산부인과적 질환 때문에 남성보다 빈혈이 되기 쉬운데 요즘에는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불균형까지 겹쳐 여성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빈혈을 일으키는 주원인은 혈액성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적혈구의 부족 때문.적혈구는골수에서 만들어져 혈관을 타고 돌면서 온몸에 산소를 공급해주는역할을 하는데 여러가지 원인으로 적혈구가 생성되지 않거나 출혈에 의해 적혈구 유출이 많아지면 산소결핍 상태가 되어 빈혈증세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우 적혈구수가 혈액 1입방㎜당 3백50만개 이하이거나 적혈구 안에 있는 헤모글로빈(혈색소)수치가 혈액1㎗당 12~15g이하일 때 빈혈로 진단한다.헤모글로빈이 기준이 되는 것은 적혈구의 97%가 이것으로 구성되어 산소를 운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헤모글로빈을 만드는데 중요한 성분인 철분(鐵分)은 우리몸에 3~4g정도 존재한다.이중 3분의2가 헤모글로빈에,나머지는 간장.비장등에 저장되어 있다가 부족할 때 보충된다.철결핍성 빈혈이란 글자 그대로 몸안에 비축되어 있는 철까지 부족 해 나타나는 질환으로 여성빈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이화여대 의대 우복희(禹福姬.산부인과)교수는『여성의 평균 생리량은 1회(월)50㎖정도인데 월경불순 등으로 여러달에 걸쳐 80㎖가 넘는 양을 배출하거나 출산 때 4~5백㎖이상 과 다출혈하면 빈혈증세가나타난다』며『철결핍을 유발하는 출혈성 질환으로는 이밖에도 자궁근종.자궁내막증.자궁암 등이 있으므로 원인을 정확히 알아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표참조〉 빈혈의 증상은 만성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증상을 느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보통 안색으로 빈혈을 가려내지만 화장을 즐기는 여성은 발견이 어렵다.이럴 때 빈혈이 의심되는 사람의 손금을 보면 예외없이 희미한 것이 특징 .신체적 증상으로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호흡곤란.신경과민.피로감.식은 땀.현기증 등을 호소한다.일단 철결핍으로 판명되면 간.
시금치.육류 등 철분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고 심할 경우엔 철분제제를 복용해야 한다.그러나 철분은 몸에서 흡수 되는 비율이낮아 웬만큼 먹어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禹교수는『인체내의철분 흡수율은 섭취량의 10분의 1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중에서 파는 1백~1백50㎎의 철분제제의 경우 적어도 2~6개월은 꾸준히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철결핍성 빈혈보다 많지는 않지만 요즘 여성들이 유의해야 할 빈혈이 영양결핍성 빈혈이다.
울산대 의대 이정신(李政愼.혈액종양내과)교수는『살을 빼기 위해 식사를 거르거나 다이어트식품에 의존하다 영양 불균형으로 빈혈이 생겨 병원을 찾는 10대들도 많다』며『5대 영양소인 당질.단백질.지방.비타민.무기질 등을 평소 골고루 섭취하는 것만이여성빈혈을 예방하는 최선책』이라고 말한다.
〈高鍾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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