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前대통령 추도회 고문된DJ 정치활동 재개인가 관심고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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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가을 들어 김대중(金大中)아태(亞太)평화재단이사장의 정치를 향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당연히 활동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그는 지난 주 박정희(朴正熙)前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회의고문직을 수락했다.26일에는 추도회 고문들과 함 께 국립묘지도간다. 5일 오후에는 「지역발전과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을 한다.정계은퇴후 정치 현안에 대해 입을 떼기는 처음이다.구여권(舊與圈)을 끌어안자는 포석이며 내년의 지방선거에도방관자로 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金이사장은 朴前대통령 추도회의 고문직을 수락하기까지 나름대로심사숙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처음 제의는 추도회 회장인 신현확(申鉉碻)前총리가 9월초 고문직 수락요청서를 정중하게 보내 오면서 시작됐다.추도회 간부에는 申前총리.전예용 (全禮鎔)민족중흥동지회장.민관식(閔寬植)前국회부의장 등 공화당과 유신시절 인사들이 총망라돼 있다.金이사장이 『미국을 갔다 와서 결정하겠다』고 머뭇거리자 추도회 임원인 길전식(吉典植)前공화당사무총장이 또 간곡하게 요청해 왔다고 한다.
金이사장이 추도회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우리 정치현실에서 朴前대통령 추도사업의 참여는 보수성향 유권자층을 의식한 고도의 정치행위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민자당이 이념상 왼쪽에 위치했던 민중당인사들을 끌어들이는 것과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선례도 있다.정주영(鄭周永)前현대그룹회장이다.그는 정치참여의결심을 굳힌 91년 가을 10.26추도식에 참석,『각하의 위대한 영도력이 그립다』며 노태우(盧泰愚)정부의 우유부단을 꼬집는추도사를 한 뒤 92년초 국민당 창당,총선참여 ,대선(大選)출마의 길을 달렸다.
金이사장의 추도회 참여 결심은 최근 자신의 행보와 일맥상통한다.그는 이번의 미국 방문중 공화당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서 연설.토론을 하는가 하면 보브 돌 공화당 원내총무 등 보수계 인사들과 주로 접촉했다.내외의 보수세력과 유대 를 강화해나가는 것을 최근 행보의 특징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金이사장측에서는 『화해와 관용의 정신.죄는 미워하더라도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취지라고 설명한다.이미 92년 대선때朴前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구미에서 참배했다는 기록도 제시한다.
또 하나 의미심장한 것은 지방자치제 연설이다.그는 정계은퇴후공식석상에서는 통일문제만 얘기해 왔다.특히 연설 원고에 있는 『지자제선거는 내가 91년 목숨을 건 13일간의 단식 끝에 얻어낸 것』이란 대목이 의미심장하다.일종의 소유권 등록으로도 보인다. 그는 이번 연설을 계기로 지자제에 대해 계속 발언할 것으로 예상된다.물꼬는 처음 트기가 어렵지 한번 트이면 거침이 없다고 한다.10.26추도식장에서의 발언도 벌써부터 관심을 끈다.金이사장이 정치로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다.
〈金鉉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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