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運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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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운명(運命)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사실 運과 命은 다르다.
運이 「움직임」을 뜻하는 「」변이 있어「가변적」인 존재라면 命은 속수무책(束手無策).불가항력적(不可抗力的)인 존재다.
우리나 중국사람들은 인간을 자연에 조화시키기 위한 천인합일(天人合一)사상을 중시했는데 팔자(八字.시간)와 풍수(風水)가 그 대표라 하겠다.
그런데 八字는 선천적인 것이므로 命인 셈이다.숙명(宿命)이라면 진작부터 결정되어 피할 수 없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같은 시간일지라도 이사나 결혼을 할 때에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이른바 택일(擇日)이 그것이며 공간에 있어서도 회피나 선택이 가능한 風水라는 것이 있다.
이처럼 인위적으로 회피.선택이 가능한 것이 運이다.그래서 八字가 命이라면 擇日이나 風水는 運인 셈이다.물론 運과 命중에서중요한 것은 命이다.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명운(命運)이라고 하지 運命이라고 하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運命이라고 하는데 아마 命보다 運을 더 중시해 그랬는지도 모를 일이다.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 조상들은 인간의 의지를 천명(天命)보다 더 중시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命을 따질 것이 아니라 運을 따지자.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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