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할리우드에서는 각기 다른 각도에서 TV의 악영향을 꼬집은 영화 3편이 나란히 발표돼 화제다.이들 작품은 지존파사건을계기로 대중매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커 관심을 모은다.
뉴욕타임스紙가「살인.전쟁.아메리칸 드림을 모두 오락으로 탈바꿈시키는 TV의 재주를 보여주는 영화」로 꼽은 작품들은 로버트레드퍼드감독의『퀴즈쇼』(Quiz Show),올리버 스톤감독의『타고난 살인자』(Natural Born Kill ers)와 마르셀 외퓔스감독의『우리가 본 분쟁들』(The Troubles We've Seen).『퀴즈쇼』『타고난 살인자』는 이미 개봉해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우리가 본 분쟁들』은 6일뉴욕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다.
『쉰들러 리스트』의 나치장교 랄프 피네스가 주연한『퀴즈쇼』는59년 실제로 미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인기 퀴즈프로그램의 사전조작 사건을 다룬 실화영화.당시 NBC방송은『21』이란 퀴즈쇼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잘 생긴 백인 대학 강사를 매수,사전 각본을 짜 그를 퀴즈쇼의 영웅으로 탄생시킨다.12만9천달러에 양심을 판 찰스 반 도렌은 대중스타로 인기를 누리지만 사전각본에 의해 패배자로 출연했던 유대인이 조작을 폭로하는 바람에 추락한 영웅이 될 위기에 처한다.
『퀴즈쇼』는 이 사건을 통해 TV의 막강한 영향력에 의해 조장된 시청자들의「마비된 의식」을 꼬집는다.
『퀴즈쇼』가 비평가들로부터 일방적인 찬사를 듣는 반면『타고난살인자』는 영화가 제기하려 한 대중매체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있는 작품이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문제작이다.
젊은 연인 한 쌍이 전국을 누비며 끔찍한 살인을 서슴지 않는『타고난 살인자』는 TV가 이들의 행적을 낱낱이 보도하고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감옥에서 단독인터뷰를 하는등 오히려 이들을 영웅으로 만드는 아이러니를 고발하고자 한 작품.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말 개봉이후 계속 흥행 5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 작품은 그 자체가 모방범죄를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개봉 1주일후 TV가 자신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에 빠진 한 남자가 NBC방송의 무대스태프를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한편 다큐멘터리 형식의『우리가 본 분쟁들』은 보스니아 사태를 취재하는 방송및 신문기자들의 인터뷰를 기존 영화의 스틸들과짜깁기 해 소개함으로써 역사가 영화와 보도의 혼합으로 창조되고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李 湳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