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가에 여성고객 유치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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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돈줄을 쥐고 있는 여성고객을 잡아라.』 돈은 가장인 남성이번다 해도 그 돈을 쓰거나 굴리는 사람은 대개가 가정주부등 여성이다. 유통.신용카드등의 업계에 뒤이어 은행들도 이 점에 착안,뒤늦게 가계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 여성들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도입에 나섰다.
모은행의 자체 조사결과 전체 은행계좌의 예금주가 명의상으로는남성이 56%,여성이 40%(나머지는 법인등)로 남성이 많지만실제로는 예.적금을 들고 빼는등 가계 자금의 운용에 대한 결정권의 70%가량이 여성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여성이 돈의 흐름을 주무른다는 것이다.
앞으로 은행 영업은 소매금융에서 판가름나며 소매금융의 승부는곧 여성고객을 어떻게 끌어당기느냐에 달려있다고 판단,은행들이 최근 갖가지 아이디어로 여성고객 유혹에 나서고 있다.
각 은행들은 본점에서,혹은 지점별로 여성을 상대로 한 교양강좌.꽃꽂이.에어로빅.분재 교실을 비롯,주부 노래방등 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여성전용 통장.여성전용코너등 특화된서비스를 펼치며 판촉을 벌이고 있다.
한일.조흥.국민은행등 상당수 은행은 최근 본점에서 주부대학을열고 있다.대개 1주일에 두번,2~3시간씩 2~3개월 코스로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데 대학교수나 사회 저명인사들을 초청,경제.정치.사회.취미등 여러 분야에 걸쳐 대학 교양 과정을 방불케하는 수준높은 강의를 하고 있어 주부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점포별로 여러가지 문화교실을 열어 해당지역 여성들에게 여가선용의 기회를 주고 있는 경우도 많다.신한은행 부천지점은 올초부터 매일 새벽 인근 국민학교에서 무료로 에어로빅 교실을 열어인기를 모으고 있다.지금까지 수강생은 2백명정도지 만 이로 인해 늘어난 예금계좌는 1천개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들이 든 예금이 1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상업은행 분당지점.서울신탁은행 개포동 출장소.조흥은행 호남본부등의 점포들은 주부들을 위한 별도 공간을 두어 여성들의 각종계모임이나 동창회 장소로 제공한다.제일은행 상계동지점은 2년째분재강습을 실시,3백명의 졸업생(?)을 배출했 다.
여성을 겨냥한 예금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욱늘어날 전망이다.지난 92년 국민은행이 주부들에게 필요한 각종생활자금을 대출해주는 내용의 「여성종합통장」을 내놓은 것을 시발로 한미은행이 조만간 20,30대 여성을 대 상으로 하는 「미시 통장」(가칭)을 시판할 예정이며 상업은행도 주부를 위한 여러가지 부대서비스를 제공하는 「살림마련 적금」을 개발하고 있다. 이밖에도 여성 전용 주차장이나 여성 전용 창구등을 구상하고 있는 점포도 있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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