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금융분쟁조정 2원화 문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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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근 소비자보호법의 개정과 관련하여 동법에 정한 소비자 피해구제의 대상범위를 은행.증권.보험회사가 제공하는 금융서비스로까지 확대하고 이들 서비스에 관한 분쟁조정 기능을 기존의 금융분쟁조정기구와 병행하여 소비자보호원에서도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이행정쇄신위원회에 상정,논의되고 있다.
그 논거를 요약하자면 현재 금융.증권.보험서비스 분야는 소비자보호법상의 피해구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각 감독기관 산하에 설치된 별도의 피해구제 기구에서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분쟁을 조정하고 있으나,이들 피해구제 기구는 사업자의 입 장에 치우치기 쉬워 소비자 피해구제의 사각지대로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위와같은 개정방안은 분쟁해결수단에 대한 선택의 폭을 넓힘으로써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일견 타당해 보이는 점이 없지 않으나 이를 제도화하여 시행하는 데에는 많은 문제가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이원화된 제도하에서 분쟁조정 업무가 과연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현행 은행법.증권거래법.보험업법 등이 정하고 있는 관련 서비스에 관한 분쟁조정이나 소비자보호법이 정하고 있는 분쟁조정은 모두 제시된 조정안을 양당사자가 수락하는 경우에만 당해 분쟁이 종국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제도다.조정위원회는 분쟁 당사자에게 조정안을 제시하고 수락을 권고할 수 있을 뿐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에 대하여 조정안의 수락을 강요할 수는 없다.
현행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활동이 사업자의 이익만을 대변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생각이라면,사업자들은 분쟁조정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행하여지는 경우 소비자의 이익만이 고려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그렇다면 조정기구 를 이원화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하더라도 어느 조정기구에서 제시한 조정안을 소비자 또는 사업자가 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따라서 조정이 성립되는 율도 극히 저조해질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제도운영의 효율성도 검토되어야 한다.현재 각 감독기관 산하의분쟁위원회에서 행하는 조사활동은 당해 분쟁의 해결을 위한 조사뿐아니라 조사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업자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한 제재등 감독기능을 행사하기 위한 조사이기도 하다.그러나 분쟁조정활동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가 수행하는 경우 각 감독기관에서는 제재조치를 취하기 위한 별도의 조사를 하게 될 것이므로 행정의 비효율화가 초래된다.
또한 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신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감독기관 산하의 조정기구에서 제시하는 조정안을 무작정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금융.증권.보험분쟁조정위원회로 하여금 이들 분야에서의 분쟁조정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간접적으로나마분쟁해결을 촉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도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조정기구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가 문제의 초점이라면 기존 조정기구의 개선을 통하여 이를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방법일 것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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