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문집 '신들메를 고쳐매며' 낸 이문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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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요즘 한나라당 공천심사에 참여하고 있는 소설가 이문열(56)씨가 10여년 만에 펴낸 산문집 '신들메를 고쳐매며'(문이당)에서 "현 정권은 1990년대 후반 우리 사회에 모습을 보인 네거티브 현상에 뿌리를 댄 포퓰리즘 정권"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세상과의 시비를 이제는 그만 두고 신발끈(신들메)을 고쳐맨 후 다시 문학으로 돌아가려 하는 마당에 최근 몇 년을 돌아보는 의미로 출간하게 됐다"는 '신들메…'는 '홍위병을 돌아보며' 등 이씨가 그동안 신문 등을 통해 발표했던 글이 대부분이다.

전체 5장 중 폭발적인 내용은 이번에 새로 쓴 1장 '신들메를 고쳐매며'에 담겨 있다. 이씨는 책에서 "대안(代案)과 전문성 없는 비판이 특징인 '네거티브'는 해외 유학을 패자부활전쯤으로 여기고 이를 악물고 엘리트 면허를 따왔으나 국내 엘리트 리그에서는 시드 재배정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주로 들여왔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목적은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길러진 반(反)엘리트주의 정서와 1980년 광주의 비극으로 반전된 지역감정의 지원을 받아 세 번이나 대권 도전에 실패한 은퇴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었고, 아울러 정권과 세상을 바꿔 엘리트 리그의 시드 재배정까지 얻어내는 것이었다고 한다.

97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가 승리하면서 네거티브 진영으로 더 많은 우군이 유입됐고, 2000년 총선은 문화적 현상이던 네거티브가 정치 쪽으로 급속히 전이되는 계기가 됐다.

인터넷의 활용은 '광장'의 부정적 기능이 부각돼 디지털 포퓰리즘으로 기울고 있다. 이씨는 "우리 사회의 포퓰리즘의 본질은 다수를 확보하는데 실패한 소수 정권이 대의제도 우회를 위해 인기 영합 또는 대중 매수 정책을 쓰는 것이지만, 그 행태의 특징은 함께할 수 없는 원칙이나 세력의 뒤섞임, 야합으로 나타난다"고 책에서 밝혔다.

특정 정당의 공천 작업에 참가하고 있는 이씨가 그것도 총선을 두달여 앞둔 시점에서 '인화성'발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에서 '신들메…'의 출간은 논쟁적이다. 이씨는 10일 "다시 읽어보니 표현이 강렬했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들이 있다"며 "그러나 내가 시대를 이렇게 읽었고 해석했다는 것이지, 내 입장과 동행해 달라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에의 소신을 힘주어 설명했다. 이씨는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한 집권세력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현 정권을 창출한 세력 중 일부의 비합리성.악성은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보수는 곧 수구 기득권층이라는 등식은 잘못됐다"며 "한나라당 공천에 참여하게 된 것도 '보수 정당이 유지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면 이번에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주변의 충고를 받아들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앞으로 20년은 문학작품을 쓸 수 있지 않겠느냐. 문학으로 돌아가면 80년대를 되돌아보는 소설과 여자에 관해 반은 수상적이고 반은 소설적인 작품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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