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버린바다 땅속서 찾았다-美워싱턴대 마이클 위세션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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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쥘 베른원작의『해저2만리』에서 네모선장은 노틸러스호를 타고 잃어버린 대륙 아틀란티스를 찾아 헤맨다.
얘기속의 아틀란티스처럼 바닷속으로 사라져버린 대륙이 아니라 땅속으로 꺼져버린 바다가 있어 그 바다를 헤엄쳐다니던 고대의 암모나이트와 해안가를 거닐던 공룡들이 묻혀있다면 어떨까.
뉴사이언티스트 최근호에 따르면 美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大 마이클 위세션교수는 최근 약 2억1천만년전에 하나의 거대한 대륙을이루고 있던 판게아대륙이 갈라져 형성된 테시스海(Tethys Sea)의 흔적을 발견했다.
라우래시아와 곤드와나랜드 사이에 있던 테시스海는 지판(地板)의 이동으로 알프스와 히말라야산맥이 형성되면서 땅속으로 꺼져 지금부터 4천5백만년전쯤 사라져버린 바다.
그러나 테시스海의 해저가 흔적없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지진파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던 것.
위세션교수는 서태평양에 일어나는 약한 지진들의 파형(波形)을분석하다가 인도네시아 인근 해저 2천7백㎞의 지구 외핵(外核)근처 맨틀층에 2백50㎞두께의 거대한 지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변의 뜨겁고 부드러운 맨틀층보다 빨리 지진파를 전달하는차갑고 딱딱한 상태의 물질층이 존재함을 확인한 것이다.
위세션교수가 발견한 지판이 한때 테시스해저를 형성한 암권(岩圈)의 일부라면 이것으로 현대 지구물리학계의 난제중 하나였던 맨틀의 대류형태에 대한 논쟁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고대의 지각이 맨틀의 최저층까지 도달했다면 수억년에 걸쳐 전체맨틀의 대류가 일어난다는 가설이 옳다는 증거가 되는것.
지금까지는 맨틀이 지하 6백50㎞를 경계로 상부와 하부맨틀로나뉘어 커다란 이중보일러같이 대류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학설이었지만 테시스海의 지각을 발견함으로써 이같은 가설은 더이상 설득력이 없게되는 것이다.
현재 지질학자들은 지진파를 통해 지하 6백50㎞지점에 상부와하부맨틀을 구별짓는 장벽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컴퓨터시뮬레이션을 통해 상.하부의 맨틀 경계선에 머무르던 지판이 높은 압력과 온도속에서 변성과정을 거치면서 하부맨틀보다 높은 밀도를 갖게 돼 맨틀층의 바닥까지 가라앉는 현상을 알아냈다. 테시스海의 지각은 이런 과정을 거쳐 1억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후에야 맨틀바닥까지 도착,지금까지 오랜세월 잠자고 있었을것이란 추정이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다.
뜨거운 맨틀속에서 열을 받은 테시스海의 지판은 언젠가 바다가운데 해령(海嶺)의 화산구로부터 분출,또다른 테시스海가 지표면에 얼굴을 내밀 수도 있다는 것이다.
〈朱宰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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