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金상공의 외로운 경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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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정부는 김철수(金喆壽) 상공장관의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경선을 진정으로 지지할 의사가 있는 것인가,아니면 출마자체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게 솔직한 심정일까.
지난 6월 金장관의 WTO사무총장 출마선언 당시만해도 우리 언론은 당장이라도 당선될 것 같다는 식의 흥분을 감추지 못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가능성은 멀어져만 가는 느낌이다.
美國과 EU는 각각 자기 후보를 정부차원에서 지원하고 있으며언론도 적극 가세하고 있다.반면 우리는 너무 한가하게 남의 일인양 팔짱을 끼고 있다.
金장관은 그동안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유럽.미주 지역을 돌며지지획득을 위해 안간힘을 쏟아 왔다.하지만 한국은 결코 개방에적극적인 나라가 아니라는 지적이 무거운 부담으로 작용,경쟁자인멕시코의 살리나스 前대통령이나 이탈리아의 루 기에로 前대외무역장관을 따라잡는데 역부족인 것 같다.
미국은 이미 살리나스를 선택,이론구축마저 완료해놓고 있는 실정이다.살리나스는 이와관련,26일자 파이낸셜 타임스에 공식적인출마선언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WTO사무총장 취임을 위한 3가지전제조건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다시말해 WTO가 전세계적인 대표성을 지녀야하며 각종 룰이나분쟁처리절차를 명확히 규정,다자간 무역체제에 신뢰성이 부여돼야하고,나아가 빠른 속도로 변하는 국제경제의 각종 요구나 도전에즉각 부응할수 있어야만 회원국의 정치적 지지 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특히 마지막 조항과 관련해서는 환경과 무역의 관계,규제와 경쟁에 관한 세계적 룰의 확립이 차기 의제가 돼야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우루과이 라운드 협정의 비준에따라 내년1월부터출범할 WTO의 초대 사무총장은 오는 12월6일로 예정돼 있는가트(관세무역일반협정)총회에서 최종 결론이 난다.이토록 시간이촉박한데도 우리 정부는 金장관을 보따리 장사로 보내 놓았을 뿐더이상의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처음부터 후보로 내놓지 않았다면 몰라도 기왕 경쟁을 하려면 정부 스스로 WTO에 대표를 내보낼 나라로서 개방경제체제에 관한 확실한 국가적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李信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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