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고건 대안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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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에서 또다시 고건 전 총리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회창 변수'의 등장 이후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지지율이 10%대에 머물고, 여타 후보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자 '고건 대안론'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고 전 총리는 올 1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정치 행보를 일절 중단해 왔다.

범여권 일각에선 후보 단일화가 일단락되는 즈음에 고 전 총리의 출마 여부가 선거 막판의 최대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전 총리의 측근인 김덕봉 전 총리 공보수석비서관은 11일 "사무실에 (대선 출마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여러 가지 (정국 상황이) 시끄럽고 하니까 고 전 총리가 지방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대선 출마를 압박하는 분위기가 커지자 자리를 피했다는 뉘앙스였다.

김 전 수석은 그러나 "(대선 출마 직전에 있었던) 이회창 전 총재의 지방 잠적 행보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며 "불출마 선언 때 밝힌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이번 대선과 관련, 본인의 출마를 포함해 어떤 정치 활동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반면 범여권의 한 인사는 "서울에 머물면서 측근과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가 정국 변화와 출마설에 대한 반응을 조심스레 전달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신당 일각에선 고 전 총리의 행보를 놓고 여러 얘기가 나온다. 고 전 총리도 이회창 후보처럼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심의 판단을 물으며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뛰어든다는 시나리오가 그 하나다. 고 전 총리가 대선판에 등장하는 그 자체만으로 패배 심리에 빠진 범여권의 지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박정희 대통령 이후 역대 정권에서 중용돼 온 고 전 총리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를 흡수할 수 있는 동력을 갖고 있다.

신당 정동영 후보 측에선 경계심을 드러냈다. 김현미 대변인은 11일 "후보의 지지도가 변할 때마다 국민의 마음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견고한 것은 국민의 손으로 뽑은 후보의 정통성"이라고 강조했다.

고 전 총리 측 일부 인사가 캠프에 가세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측은 "우리는 고 전 총리와 접촉한 적이 없다. 그러나 고 전 총리가 정치를 재개한다면 우리를 돕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고 전 총리가 여론의 추이를 살펴본 뒤 입장을 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그의 신중한 성격과 가족의 반대, 불출마 선언 번복에 따른 부담 때문에 대선에 뛰어들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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