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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없인 돌파구 없다" 범여권 '예정된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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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사진左)정동영 신당 후보가 11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범여권 단일화를 제안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인제 민주당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학 학보사 기자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지율 하락으로 고전 중인 범여권이 '회생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이다.

정동영 신당 후보 측 이용희 국회 부의장과 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11일 최종 협상에 나서 '통합민주당'(약칭 민주당)을 출범시키고 TV토론과 여론조사를 거쳐 단일 후보를 내자는 데 합의했다. 이어 12일 오전 국회에서 정동영 후보.오충일 대표(신당), 이인제 후보.박상천 대표(민주당)가 만나 합당 및 후보 단일화를 공식 선언하기로 했다.

양측은 합당 이후 신당과 민주당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 중앙위원 등을 50 대 50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통합민주당은 오충일.박상천 공동대표 체제가 될 전망이다. 양측은 또 합당 이후 최초 전당대회를 내년 총선이 끝난 뒤 2개월 이내에 하기로 합의했다고 민주당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는 총선 공천에 민주당이 50%의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가 당의 지분 절반을 할애하면서까지 합당을 추진한 것은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 기반을 복원하지 않고는 '이명박-이회창' 양강 구도를 돌파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현재 호남에서도 지지율 50%를 밑도는 정 후보 측은 민주당과 통합해야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 캠프 관계자는 "호남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지지율 20% 고지를 넘을 수 있고, 수도권으로 바람을 북상시킬 수 있다"며 "합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문해 온 대통합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합당이 선거 구도를 보수 대 개혁으로 명확히 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도 기대한다. 이인제 후보 측 관계자는 "통합이 이뤄지면 그동안 대선에 무관심했던 범여권 지지층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범여권에선 야권 분열 상황에서도 후보 지지가 오르지 않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광범위한 부정적 여론 때문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은 노 대통령과의 협력 및 차별화 병행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 후보는 이날 "새로운 통합의 정부를 만들겠다. 낮은 자세로 소통하는 정부를 만들어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안희정씨를 충남 논산-계룡-금산 지역 선대위원장에,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을 부천 소사구 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합당이 범여권의 기대대로 지지율 회복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국정 실패 세력은 승리할 수 없다"고 외쳐 온 민주당과 신당의 합당은 명분 없는 대선용 결합으로 비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당은 올해 각각 열린우리당→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에 흡수 합당→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김한길 측 중도개혁통합신당과 합당해 중도통합민주당→민주당으로 변천하는 등 이합집산을 반복해와 "당을 몇 번째 만드느냐"는 비판을 극복해야 한다.

기존 열린우리당 세력과 손학규 전 경기지사.시민사회 세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신당에 민주당까지 더해지면서 내년 총선을 의식한 불협화음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합당은 회생 카드가 아니라 악재로 돌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양당 내부에서 나온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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