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만드는사람들>컴퓨터 그래픽 전문가 백성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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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마이클 잭슨의 뮤직 비디오『흑과 백(Black or White)』에서 얼굴을 돌릴 때마다 흑인이 백인으로 백인이 황인으로변하는 장면,영화『터미네이터 2』에서 액체금속이 인간의 형상으로 변하는 장면등 컴퓨터 그래픽이 아니고는 불가 능한 이런 장면들은 이제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낯설지 만은 않다.
MBC-TV 영상제작국의 백성흠씨(33)는 바로 이같은 몰핑(Morphing)기법을 활용한 그래픽이 특기다.지난 3.1절에 방송된 드라마『맞수』에서 큰 산이 곰으로 변하며,『오늘은 좋은 날』에서 코미디언 최성훈의 머리에 뿔을 돋게 한 것이 다그의 작품이다.
백씨는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병아리 한 마리를 병아리떼로 복제하거나,하늘을 날아다니도록 연기자를 달아맨 피아노줄을 감쪽같이 없애기도 한다.그의 작품가운데 MBC스테이션 브레이크(방송국이름을 알리는 시간)의 나비떼가 날아다니는 장면 은 미국의 컴퓨터 그래픽 전시회인「시 그라포」에 출품되기도 했다.
『이제는 컴퓨터 그래픽 같지 않은 그래픽이 유행입니다.인공적인 느낌보다는 시청자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자연스러운 분위기를중시하는 거지요.』빛감지기를 몸에 단 연기자를 촬영,디지털 신호로 만들어 사람의 동작을 고스란히 컴퓨터 영상에 입히는「영상포착기(Motion Capture)」같은 기계가 아직 국내에 없는 것이 백씨를 안타깝게 한다.
87년 MBC에 입사한 백씨는 서양화를 전공한 미술학도로 타이틀 자막용 문자디자인,무대세트 디자인을 거쳐 컴퓨터그래픽실로자리를 옮긴지 1년6개월 됐다.10여명 남짓한 동료들 모두 이따금 그림전시회를 열기도 하는 미술전공자들이다.
지금 백씨는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던 굵직한 사건들을 다시 돌아보는 『특종,그후』(가제)의 타이틀 작업중이다.
30초 길이의 타이틀 한편을 만드는데 꼬박 한 달이 걸린다.
1초에 30장씩 들어가는 고정화상을 일일이 그려내기 때문.올가을 프로그램 개편후『특종…』첫 방송이 나가 며칠 밤샘은 이미 각오한 상태.백씨는『이래서 아직 장가를 못 갔다』 고 멋쩍게 웃는다. 〈李后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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