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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포트폴리오 짜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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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펀드 대박’소식을 접하고 뒤늦게 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들이 줄을 잇는다. 그동안 금융시장 흐름에는 둔감했던 소액 투자자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주가는 제자리 걸음이다. 해외 쪽에선 중국을 필두로 급락하는 시장이 늘고 있다. 당연히 최근 펀드 수익률은 신통치 않다. 막차에 올라탄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생길 법하다. 중앙SUNDAY는 금융회사의 일선 PB센터 7곳을 찾아 지금 1억원 포트폴리오를 새로 짠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해답을 구해봤다.

조급한 후발 투자자들

박(50) 사장은 서울 목동에서 식당을 한다. 그는 얼마 전 1억3000만원을 들고 A증권사를 찾았다. 밥 장사로 몇 년간 아껴 모은 종자돈을 톡톡 털었다. 지금껏 은행예금만 철석같이 믿던 그였다. 그러나 귀만 열면 “원금을 배(倍)로 불렸다”는 펀드 자랑에 속이 상했다. 박 사장은 "다들 한몫 잡는다는 데 참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리고 증권사의 상담 창구. 박 사장은 상담을 하다 “중국 펀드가 쏠쏠하다지만 지금 들어가면 뒷북 치는 것 아니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직원은 희한한 포트폴리오를 내밀었다.“중국 펀드에 자금 60%를 넣되, 투자위험을 고려해 일주일마다 1000만원씩 나눠 납입하시죠.” 나머지 40%는 국내 펀드에 투입하라고 권했다. 기자는 박 사장 경험담을 듣고 황당했다. 펀드투자의 삼두마차인 ‘지역ㆍ금액ㆍ기간’의 분산이 주먹구구식인 투자 보따리였기 때문이다.

지금 시장엔 박 사장 같은 투자자가 적지 않다. 마음이 급해 수익률이 무르익은 한두 개 펀드에 거금을 붓는다. 실제로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펀드에 투자된 5조원 중에서 중국 펀드로 쏠린 돈이 4조6000억원에 달했다. 중국 펀드의 시장점유율은 최근 40%를 돌파했다. 펀드에 들려고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은 뒤 1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진풍경을 보면 ‘펀드 러시(Fund rush)’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최근의 투자 열기는 ‘한 박자 늦은’ 광풍으로 봐도 틀리지 않는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연초 46조원에서 출발한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이 10조원을 추가로 불리기까진 5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최근 90조원에서 100조원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주였다. 1년 만에 43% 뜀박질한 코스피 지수가 2000 고지에서 숨을 헐떡여 ‘경고 사이렌’이 깜빡이는데도 돈 들어오는 속도는 더 빨라지는 기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증시가 제자리걸음인 것은 그만큼 팔고 떠나는 투자자도 많기 때문이다. 바로 외국인과 앞서 큰 수익을 낸 사람들이다.

‘중국 펀드’에서 발 빼는 큰손 투자자들

눈치 빠른 일부 부자들은 대중과 달리 슬슬 ‘투자 병법(兵法)’을 바꾸고 있다. 북새통인 ‘대박 열차’에서 한 박자 거리를 두려는 낌새다. 불안한 유가ㆍ환율ㆍ경기가 철길을 갉아먹어 열차가 상승궤도에서 탈선할 위험을 주시하는 것이다. 그런 경계감은 부자 동네의 프라이빗뱅커(PB)와 증권사 지점장 등 ‘7인의 고수’가 1억원을 새로 맡긴 고객들에게 짜주는 포트폴리오에서 묻어났다. 이를 잘 뜯어보면 새로 시장에 들어가려는 일반 투자자들이 안목을 가다듬는 데 도움된다. 부자들도 거래처가 아닌 다른 금융사의 시각을 자신의 ‘투자 보따리’에 보완할 수 있다.

부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해보니 먼저 시장의 유행과는 한 발짝 떨어졌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 펀드가 그랬다. 중국에 단독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넣은 곳은 국민은행뿐이었다. 또 투자 바구니엔 4~8개의 펀드를 담아 고루 양분을 섭취토록 만들었다. 국내와 해외 펀드 비중은 대략 절반씩이었다. 국내 주식형을 주포(主砲)로 삼고 동유럽·아시아태평양·중남미 펀드 등으로 살을 덧붙인 게 닮은꼴이었다.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PB센터의 한경준 팀장은 “미국발 신용경색 우려가 선진국 시장을 계속 압박할 우려가 있어 신흥시장 위주의 대응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포트폴리오는 중앙SUNDAY가 지난 3월 서울의 부자 1만여 명을 조사했을 때 향후 투자계획 1순위로 해외펀드(응답자 75%)를 꼽고 상당수가 중국 시장을 마음에 뒀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또 고수들은 펀드 1개에 투입하는 실탄도 대체로 전체 금액의 30% 이내로 제한했다. 이런 원칙들은 7인이 약속한듯 일치했다.

특히 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에 나눠 투자하는 브릭스 펀드가 일제히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거품 논란이 일긴 하지만 소비시장 성장 등의 매력이 있는 중국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대신 위험을 쪼갠다는 취지다. 우리투자증권의 김득일 테헤란 웰스매니지먼트 센터장은 “부자 고객들의 질문 1순위 중 하나는 중국 펀드의 환매 여부”라며 “브릭스 펀드와 국내 배당주 펀드로 갈아탈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끄는 슈로더투신의 브릭스 펀드는 1년 수익률도 60%로 남부럽지 않다. 미래에셋증권 김기영 도곡지점장도 “위험 분산을 통한 안정성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다”며 “중국 투자도 친디아 펀드를 택해 자산의 20% 정도만 유지토록 권유한다”고 했다. 사실 속을 들여다 보면 중국 펀드의 몸집이 너무 커져 돈 굴리는 데 부담을 느낀 운용사ㆍ판매사들이 다른 펀드로의 환승을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

선발 투자자들은 절세에 신경 쓰며 “한 박자 쉬어가자”

앞서 큰 수익을 낸 일부 투자자들은 '수익률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고 단기적인 눈으로 접근하는 건 아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여윳돈을 투자해 쏠쏠한 전과(戰果)를 거둔 데서 나오는 느긋함이다. 두둑한 수익금을 찾아 주머니에 넣는 부자들은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지금 한 박자 쉬면서 재투자처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PB센터 관계자들은 전한다. 하나은행 본점의 조성욱 골드클럽 센터장은 “고객들이 요즘 가장 민감해하는 건 수익실현 시점”이라며 “새 투자처를 물색해 달라는 주문도 빗발친다”고 했다.

특히 국민은행 방배 PB센터의 김재한 팀장은 “펀드 수익금이 커지자 세금 문제가 부각되면서 환매가 부자들의 으뜸 고민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설정된 해외펀드를 통해 올 1~5월에 거둔 수익, 그리고 나라 밖에서 설정된 해외펀드로 번 돈은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가 해외투자를 북돋우려고 도입한 비과세 혜택은 6월 이후 역내 해외펀드로 올린 수익금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 펀드만 해도 1년 수익률이 100%를 넘는 게 수두룩하다. 원금이 4000만원이라면 이미 종합과세 과녁에 들어간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한경준 팀장은 “여러 사람 명의로 자금을 분산하는 데 한계가 있어 차익금을 조금씩 현실화하는 절세 전략을 쓰는 부자들이 잇따른다”고 했다.

이처럼 발 빠른 부자들이 소나기를 피할 우산 마련에 적극적인 데에는 올 초 겪은 아픔도 한몫했다. 일본 펀드가 매력적이라는 입소문에 올라 탔다가 저조한 수익률로 된통 당한 부자들이 적지 않았다. 삼성증권 Fn아너스의 김선열 분당지점장은 “자산 대부분을 일본의 부동산 관련 펀드로 돌려 외줄타기를 하다 현재 수익률이 마이너스 15%로 떨어진 부자도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유행에 편승하는 부자들이 없는 건 아니다. 3조원이 몰렸다는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가 대표적이다. 김선열 지점장은 “세계 무대를 옮겨 다니는 상품이라 투자위험도 크니 20~30% 깨질 각오를 하라고 아무리 경고해도 펀드를 무조건 신뢰하는 부자들이 꽤 있다”고 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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